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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5월 21일] 검은 머리 외국인 이제 그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나흘 전인 지난 2월21일 BBK 특별검사팀이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재미교포 사회가 발끈한 적이 있다. 특검팀이 BBK사건을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한민국이 우롱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검은 머리 외국인’은 김경준씨 한 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 전체를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고 이 말 자체 또한 교포를 비하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탓이다. 재미교포들은 비단 특검 발표에서 모멸감만 느낀 것은 아니다. 같은 핏줄인 데도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방인으로 부른 것에 대해 몹시 서운해 했다. 이질적 문화가 용광로처럼 녹아 있는 미국 사회에 정착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특유의 배타성과 차별의식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국제화시대에 동떨어진 후진적 문화의 한 단면이 새삼 드러났다고 개탄한 교민도 있었다. 물론 미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에서의 의무를 다한 사람과 동일하게 대우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주 뉴욕타임스(NYT)는 젊은이들의 이공계 진학 기피로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일본의 실상을 전하면서 일본 기업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20년간 지속된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외국인 인력 고용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은 차라리 인력난을 겪을지언정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꼬집었다. 일부 기업은 일본 내 이런 폐쇄적 기업문화를 피해 인도와 베트남으로 기술개발센터를 이전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조금 일찍부터 경험했기에 NYT의 지적은 매우 시사적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포에게조차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금을 긋는 식이라면 앞으로 일본 짝이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거나 채용의 문을 해외에서 두드린 외국인 특히 우리보다 조금 못사는 나라에서 온 엔지니어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같은 대우를 해줄 자세가 돼 있을까. 앞으로 한국에 귀화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 ‘노란 머리 한국인’ ‘검은 피부 한국인’이라는 말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도 이제 단일 민족의 사회를 벗어나 다민족ㆍ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다. 더 이상 피부와 머리 색깔로 인종을 구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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