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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유럽의 정체성은 '광장'서 시작되었다

■ 광장(프랑코 만쿠조 외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br>바스티유·베네치아등 사례 통해<br>도시형성과 관계·기능등 다각도 분석<br>유럽 6개국 주요 연구소 저술 참여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1896년에 건설된 부다페스트 영웅광장. 2007년 유럽평화기원 집회가 열리고 있다.

광화문 광장이 지난 1일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개방 이틀 만에 37만여명이 다녀갔다.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광장은 한 도시 역사를 보듬는 문화적ㆍ물질적 공간으로 대중 참여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프랑코 만쿠조 베네치아 IUAV 건축대학교 교수 등 저자들은 광장이란 통행, 회합, 교환, 상호인식, 권력의 과시, 반란의 장소이며, 문화와 종교적 사건들이 일어났던 곳이라고 말한다. 특히 유럽의 광장은 공동체의 조직과 회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 특유의 정체성을 만들어낸 뿌리가 됐다. 건축적 측면에서 광장은 공공의 통로이며 상황에 따라 극장ㆍ시장ㆍ시위장 등으로 변신을 하는 옥외 공간이기도 하다. 아고라(고대 그리스 문화권 도시에서 시장 등이 들어서는 옥외공간으로 아크로폴리스와 대조되는 개념)는 '민중에 의한 통치 민주주의 체제의 중심'을 의미하며, 스페인의 주요 광장은 교수형장, 시장, 투우장, 경기장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20세기 이전까지 광장은 시장, 종교와 공공의 기념비적 건축물, 축제, 행사, 여가활동 등 도시의 독특한 특성을 표현했지만, 점차 인구가 늘어나면서 차량 소통을 위한 건축물의 일부로 기능이 퇴화하는 경우도 있다. 책은 베네치아 IVAU건축대학을 비롯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등 유럽의 6개국 주요 연구소들이 유럽 광장의 역사, 정체성, 역할 그리고 문화적 의미까지 아우르며 광장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종합했다. 유럽 주요 도시의 광장이 도시의 형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어떤 역할과 기능을 했는지 그리고 건축적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등 유럽의 광장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책은 유럽의 다양한 광장을 섭렵하면서 광장의 형성과정과 역할 및 특징을 소개한다. 유럽 광장의 기원은 크게 두가지에서 출발한다. 상거래의 장소가 된 아고라 형 광장과 헬레니스틱 왕들이 건설하고 로마가 제국의 사방으로 확장한 신도시형 광장이다. 아고라형 광장이 지역주민의 일상이 펼쳐지는 경제와 낭만의 무대였다면, 신도시형 광장은 정치와 문화가 형성된 공간이다. 유럽 광장의 기능 중 빠지지 않는 것은 시위와 집회다. 광장은 군중을 응집하는 일종의 사회적 용광로로서 오랫동안 기능해 왔으며, 1789년 파리 바스티유 광장처럼 군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현장이었고, 1922년 세계 최초의 파시스트당이 설립된 이탈리아에 베네치아 광장은 새로운 정치 이념에 도취한 군중이 집단 최면에 빠지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인간은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동물이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라고 표현한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한 대목처럼 책은 도시의 심장이자 공동체의 교감과 소통의 장소인 광장이 어떻게 조성되고 활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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