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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도(跳)' '희(希)'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어느 날 실험실에서 물체에 열을 점점 더 가했더니 물체의 색깔이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그리고 다시 하얀색으로 바뀌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와 동료들은 빛을 발산하는 원자의 에너지가 연속적 흐름의 형태가 아니라 단계별로 끊어서 내보낸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이 불연속적인 '양자(量子·quantum)적인 것'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플랑크가 주창한 퀀텀점프(quantum jump)는 양자가 에너지를 흡수해 다른 상태로 변화할 때 일정 수준에 이르면 계단을 뛰어오르듯 급속도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경영학에서는 이를 원용해 혁신적인 경영으로 기존의 환경과 틀을 깨고 단기간에 거대한 도약을 일궈내는 사례를 일컬을 때 퀀텀점프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퀀텀점프는 우리 말로 대도약(大跳躍)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할 듯싶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가 퀀텀점프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도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이 2016년을 대표하는 한자로 '도약하다'는 뜻을 지닌 '도(跳)'와 '바라다'는 뜻의 '희(希)'를 선정한 것도 아마 같은 심정일 것이다. 한자 '跳'는 발 족(足)과 조짐 조(兆)가 합쳐진 것으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뛰거나 솟구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예로부터 잉어가 황하강의 용문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용이 된다는 '이어도용문(鯉魚跳龍門)'이라는 고사성어가 내려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새 희망을 담은 '希'자는 효(爻)와 건(巾)의 합자로 올이 성기게 짠 옷감이라 보기 드물다는 게 원래 뜻이다. 드물다는 것은 쉽게 실현되기 힘들다고 볼 때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역설적인 의미가 파생됐다고 한다. 또 미래의 운수를 알려줄 점괘를 수건이 가리고 있는 한자 모양으로 점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앞날에 대한 기대를 한다는 얘기도 내려온다. 어쨌든 글자 하나에 모름지기 희망이란 실현되기 쉽지 않다는 뜻이 오롯이 담겨 있는 셈이다. 모쪼록 2016년 병신년에는 한국 경제가 힘차게 도약하면서 모두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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