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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정생산이 산업의 미래다

자연의 조화가 절묘해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다. 어느 날 이 마을은 마치 저주에 걸린 듯 점차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을 알리는 새소리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바뀐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며 작가인 레이철 루이스 카슨이 40여년 전에 내놓은 환경 관련 저서인 ‘침묵의 봄’ 시작 부분에 실린 짧은 우화다. 살충제와 농약이 새ㆍ물고기, 그리고 인간에 미치는 파괴적 결과를 4년간의 직접조사를 바탕으로 신랄하게 고발한 내용이다. 이 책은 인류의 멸망을 예고하는 환경오염의 가공할 결과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강렬하게 인식시키면서 전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를 본격화했다. 언제부턴가 환경 문제를 그냥 무시해서는 경제 성장이 멎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72년 로마클럽에서 발표한 충격적인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인구 증가에 따른 산업화와 자원 고갈로 결국 인류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이 책은 300만부나 팔렸고 서유럽은 물론 전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92년에는 리우회의로 알려진 국제연합(UN) 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 주창됐고 오늘날 산업계를 지배하는 화두로 자리 잡았다. 이 말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개념이다. 환경보호가 경제개발에 저해되고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의 성장을 위한 조건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활발히 모색되면서 환경 파괴에 의한 사회적 손실을 고려한 ‘그린 국민총생산(Green GNP)’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환경산업은 이제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전통산업에 비해 환경 분야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하고 그만큼 경쟁이 덜한 블루오션 시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환경산업시장 선점을 선언하며 사운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 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미래 성장 동력을 환경산업으로 잡고 이 분야에 ‘올인’하고 나섰다. 재활용 가능 에너지 개발, 수소연료전지 관련 산업, 물의 여과 및 정화시스템, 환경친화적 항공기 및 자동차 엔진 개발 등 ‘클린 테크놀로지’ 분야의 매출액을 지난해 100억달러에서 오는 2010년까지 그 두 배인 200억달러로 늘릴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환경과 무역이 연계된 ‘그린라운드(Green Round)’의 본격 등장은 산업계의 새로운 위협이다. 제품의 생산에서 폐기까지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고, 유해물질 사용을 피하고,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그리고 재제조 및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을 설계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당장 내년부터 80% 이상 전기전자장비의 재이용과 재활용 의무비율 달성을 규정하고 있고 전자회로기판의 접합에 널리 쓰이는 납을 비롯한 6대 중금속 함유 제품의 역내 통관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 환경 규제는 환경 관련 선진기술을 선점한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ㆍ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에 시급하고도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산업자원부와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가 오염물질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청정생산기술개발보급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환경 규제 대응을 돕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침묵의 봄’은 더 이상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차원이 아니라 공장의 기계가 멎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무역상의 게임의 규칙이 달라지고 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과 국가는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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