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더블딥 암운은 드리우나 방어수단은 고갈되고…'
미국ㆍ중국ㆍ일본ㆍ유로존 등 글로벌 경제 '빅4가' 잇따라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흔들리고 있지만 이들 주요국이 경기방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이미 경기회복을 위해 2조달러에 가까운 실탄을 쏟아부은 상황이어서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통화ㆍ재정정책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중국은 실물경기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급등 우려가 불거지는 등 정책 딜레마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세계는 세계2위 경제대국 중국의 추가 부양에 목을 매는 처지다.
일본은 올해 말이면 970조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출에 직격탄인 엔고 대응을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재정난에 처한 유로존 각국은 경기침체를 무릅쓰고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에 이미 돌입, 세계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日) 정책 부재…4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예상보다 크게 저조한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한 일본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카하시 카즈히로 다이와캐피털마케츠 투자전략부장은 "개인소비와 설비투자ㆍ주택투자 모두 부진했다"며 "정책적 대응이 없다면 4ㆍ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현재로서는 내수소비 부진과 엔화 가치 급등세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라이 사토시 국가전략상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가 소강상태로 떨어졌다는 신호는 없다"며 "경기부양책을 현재로서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美ㆍ中), G2 경기도 곳곳 적신호=그러나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며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과 중국에도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에서 더블딥이 발생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은' 25~30% 수준"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각종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자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마저 경기회복 둔화를 공식 인정하며 양적 완화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더블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문제는 이처럼 경제상황은 악화되는 데 비해 동원할 수 있는 통화ㆍ재정정책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돈을 쏟아부은 까닭에 FRB의 행동반경은 좁을 수밖에 없다. 경기부양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아 행정부와 의회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를 견인해온 중국도 하반기 들어 성장동력이 급격히 둔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중국 정부가 시행한 강력한 부동산 경기 억제책의 영향으로 산업생산ㆍ투자ㆍ소비 등 주요 실물지표 상승률이 예상외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ㆍ4분기 11.9%의 고속 성장률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ㆍ내수가 줄어들며 4ㆍ4분기에는 8%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산업생산 증가율은 3월 18.1%를 고점으로 내리 하락하기 시작해 7월에는 13.4%까지 떨어졌다.
여기다 홍수 등 전국적인 이상기후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인 3%를 뛰어넘는 3.3%를 기록해 애그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 중국 당국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유로존, 이미 재정긴축 정책 돌입=유로존은 2ㆍ4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1.0% 증가하는 깜짝 성장을 보였다. 이는 그러나 유로 약세에 힘입은 독일의 독보적 경제성장이 주도한 반짝 성장일 뿐이며 각 회원국들이 일제히 재정감축에 나서는 가운데 환율 효과도 사라지면 3ㆍ4분기부터 다시 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유로존 회원국들이 아직 회복세가 미약한 상태에서 재정위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재정적자 감축에 돌입한 탓에 향후 경기침체에 대응할 정책수단을 갖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유로존 경제의 성장엔진인 독일이 미국 등의 경기회복세 둔화에 회원국들의 긴축정책에 따른 역내 무역위축까지 맞물린 여파로 다시 활력을 잃어 유로존의 침체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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