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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식의 고용개선으론 안된다

지난주 열린우리당 일자리창출특위가 주관한 당정협의 자리에서 고용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의원들로부터 호통을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고용사정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업률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보고에 의원들이 기업ㆍ재래시장 등 현장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하면서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자세를 질타했다는 것이다. 여당이 그동안 경제살리기를 위해 무엇을 얼만큼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과연 정부를 그렇게 몰아붙일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이런 면박을 당해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고용사정에 대한 정부의 설명에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용형편이 나아졌다고 설명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올 상반기 중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만7,000여명 늘었지만 이들 대부분이 주당 취업시간 36시간 미만의 시간제 근로자로 나타났다. 또 고용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청년실업 문제는 대졸자의 절반 가까이가 ‘백수’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여전히 개선 조짐이 없다. 이렇듯 겉만 그럴 듯한 고용사정은 그동안 정책당국이 견지해왔던 낙관적인 경제전망의 주요 근거가 됐다. 시간제 근무직은 정규직 등에 비해 고용안정성ㆍ소득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하며 따라서 소비진작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정부의 경기 조기회복론이 계속 빗나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시간제 일자리라도 많이 생기는 게 좋다. 그러나 올해 국정의 최우선의 과제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라고 천명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그동안 쏟아 부은 노력에 비하면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이는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 특히 양질의 고용창출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지름길은 민간 부문의 투자확대다. 투자촉진을 위해서는 누차 지적했듯 기업들에 투자할 마음이 생기도록 해줘야 한다. 투자애로 요인으로 꼽히는 규제의 과감한 완화와 정책방향의 불확실성 등을 제거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도 정부를 야단만 칠 게 아니라 스스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재계가 투자저해의 핵심규제로 꼽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여당의 대응 하나만 놓고 보자. 여당의 규제개혁특위가 ‘폐지 또는 완화검토’안을 내놓자 지도부는 ‘개혁의 후퇴’라며 이를 백지화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의 엇박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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