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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23일] 무모한 지상파 편애

우리나라 방송계는 주로 공영이라는 이름으로 방송광고시장의 대부분을 독점하면서 거대 독점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해오다가 민영 지상파방송이 등장한 6공화국 이후에는 새로운 전자통신 기술을 외면할 수 없어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을 수용하는 제도적 틀을 갖췄다. 하지만 그 토대를 이루는 방송광고시장에서의 신참자(新參者) 우대나 혜택을 거의 모른 채 한 결과 수많은 지역케이블방송사와 창의적이었던 많은 프로그램 제작사가 대자본의 우산 속으로 피난했고 방송문화의 다양성과 방송사업의 다원화는 계속해서 미뤄져 왔다. MMS도입땐 광고 독과점 심화 하지만 무풍지대 같던 방송시장에 통신기술이 위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방송과 통신기술 발전의 과실 확보를 둘러싸고 업계는 지금 엄청난 전역(戰役)을 치르고 있다. 그 전쟁을 끝나게 할 조정자는 방송통신 정책과 행정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인데 이 기술의 진정한 수혜자인 국민이 보기에는 어쩐지 조정의 주체가 특정한 한쪽 편을 드는 것 같다. 이 전투의 한쪽은 방송이라는 이름을 선점한 독립전단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사이고 또 한쪽은 방송과 통신기술을 포괄하는 통신이라는 대함대의 신규 전단인 케이블방송 등의 뉴미디어 채널이다. 최근 방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지상파방송의 다채널 서비스(MMS) 도입과 중간광고와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계획을 밝혔다. 이는 모두 지상파 방송사의 이익을 더욱 보장해 주는 한편 케이블과 위성업계를 막론하고 모든 신생 미디어에 제한된 광고시장을 놓고 지상파 방송사끼리의 치열한 경쟁으로 일단 추수를 끝낸 다음 남은 부스러기만 챙기라는 편향된 정책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방통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는 2012년으로 예정된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회수될 전파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하게 해 급증하는 이동통신의 수요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다채널 서비스의 도입을 통해 현재 공영방송 위주인 지상파 방송사가 각각 최대 4개씩의 채널을 소유하게 되면 방송광고시장은 KBSㆍMBCㆍEBS 등 공영방송의 독과점 상태 아래 놓이게 된다. 지상파 방송사로서 이미 시장에 진입해 기득권을 가진 SBS는 덩달아 시장을 키울 수 있지만 방송통신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케이블TVㆍ인터넷TVㆍ이동통신매체의 생존을 가능하게 할 광고시장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해상도와 관련된 방송의 질 저하에 따른 시청자의 불만도 예상된다. 궁여지책으로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제한할 것이 분명하고 의약품광고 등으로 광고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의도는 공중에 유익한 광고정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허한 논쟁만을 부추길 가능성만 클 뿐이다. 방통위가 왜 이렇게 무모한 지상파 편애를 하는지 그 속내가 몹시 궁금하다. 행여 행정규제의 편의성을 기초로 지상파 방송사와 공모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들끼리 방송광고시장을 나눠 먹겠다는 발상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과도한 광고시장 확대도 경계를 과학기술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인간이 그 공과를 공평하게 나눠 가질 책임이 있고 둘째, 광고시장에서의 자유경쟁과 같은 선진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른 내재적 요구를 수용해야 하며 셋째, 과학기술발전에 부응해 끊임없이 제도적 혁신을 수반해야 한다. 영국의 미디어비평가들은 이 특성들에 대한 몰이해가 비인간적 힘을 과시하거나 소통을 물화(物化)시켜 무분별한 경쟁 속에 건전한 시민문화의 생존과 시민사회의 번영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우리도 발전하는 방송과학기술을 수용하면서 그 혜택이 특정 정치ㆍ경제 세력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방송의 힘을 배경으로 광고시장의 파이를 억지로 늘리려는 작태를 경계해야 하는 등 제도적 소홀함이 없도록 감시해야 한다. 국민들이 방통위의 행보를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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