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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세 명의 지도자
입력2006-09-18 16:46:58
수정
2006.09.18 16:46:58
일본과 중국에서 전해지는 소식에 착잡함과 부러움이 교차한다. 소식 하나는 퇴임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높은 인기이고 다른 하나는 인민과 함께하려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남다른 노력이다. 이들 소식에 착잡한 것은 최근 우리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이웃 나라의 총리이기 때문이고 부러운 것은 우리의 처지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20일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퇴임 성적표는 화려하다. 내각지지율이 50%를 넘고 그 자신은 역대 2위의 명총리로 꼽혔다.
서민위한 개혁이 되레 서민 울려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버릇없는 총리’라는 제목으로 패러디될 정도로 우리에게는 반감을 사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일본 국민의 64%가 고이즈미 정권의 5년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정치적 신념이었던 우정 민영화를 이뤄냈고 장기불황의 고리도 끊었기 때문이다. 다시 떠오르는 일본 경제가 그의 성과다.
5년 전 고이즈미가 총리에 취임 당시 일본은 마이너스 0.8%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불황에 허덕였지만 지난해에는 1.7%의 플러스 성장을 일궈냈다. 10년 디플레이션의 종언도 고했다. 실업률은 물론 기업도산 건수, 부실채권 비율 등 경제 각 분야가 두루 좋아졌다.
지난달 G8 정상회담에서 스스로를 ‘지는 석양’에 비유하며 퇴임을 아쉬워했지만 국민들은 그와의 이별을 슬퍼한다.
방향을 원자바오 중국 총리로 옮겨보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지난 5일 유럽 순방을 앞두고 가진 유럽 5개 언론사와의 인터뷰 내용은 인민과 함께하는 지도자 모습 그 자체였다. 외신 기자들로부터 ‘ 어떤 문제로 종종 잠 못 이루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그는 대답 대신 옛 한시를 읊었다고 한다.
“긴 한숨 쉬며 남몰래 우는 건, 고생하는 민생이 애처로워…”(초나라 충신이자 시인인 굴원(屈原)의 시 ‘이소(離騷)’의 구절), “관저에 누워 대나무 소리를 듣자니, 백성들이 아파하는 소리 같네…”(청나라 화가 겸 시인 정판교(鄭板橋)의 글). 사전에 질문 내용을 전달받고 준비한 답변들이었지만 줄줄이 시 구절을 읊어대는 그의 심정이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게 인터뷰에 참가한 외신 기자의 평가다.
원 총리는 10년 된 점퍼를 입고 수년째 운동화 한 켤레로 지방을 시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의도적인 행동일 수도 있지만 중국인들은 자신들과 함께하려는 총리로 인식한다. ‘평민총리’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그렇다고 중국 경제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고성장세다. 지난 상반기 성장률이 무려 10.9%에 이른다. 7월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를 뒤로한 채 눈을 내부로 돌리면 우리의 처지가 서글퍼진다. 이들 국가에 끼어 있는 우리의 상황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서민을 우선시하는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3년 반이 지난 지금 지지도는 바닥이다. 서민들은 여전히 어렵고 그동안 수없이 쏟아진 개혁의 성과도 초라하기만 하다.
경제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입에 달고 다녔던 양극화 문제는 더 심화됐고 이 정권이 내건 최대 과제인 부동산 문제도 헛바퀴만 돌고 있다.
경제적 성공 이룬 中·日과 대조
재정경제부는 17일 ‘2005년 경제백서’를 통해 2003년 이후 경기부진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저소득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계층별로는 중산층이 줄어드는 대신 저소득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재경부가 지적한 2003년은 바로 이 정권이 출범한 해다.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세금을 대폭 올렸지만 집값은 계속 뛰고 이에 더해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 판교에 이어 은평 뉴타운에 이르기까지 높은 분양가로 일반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엄두조차 내지 못할 상황이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 서민을 울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반복은 가뜩이나 낮은 지지도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공교롭게도 한ㆍ중ㆍ일 세 나라 지도자의 다른 처지를 비교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시간도 단지 1년여 만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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