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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규제개혁 없이 금융허브 없다

최근에 금융계 인사들의 모임인 서울금융포럼에서 정책 당국자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financial hub) 구축에 관해 강연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내용인데 금융전문가들에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요점은 ‘금융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식 기반 서비스업의 성장을 견인한다.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은 금융산업의 국민총생산(GDP) 성장기여율이 높고 고용 비중 및 임금 수준도 높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국민소득 3만~4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규제 혁신을 통한 금융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금융 인프라 개선, 전문 인력 양성, 해외 진출 확대 등 금융선진화를 통해 동북아 금융허브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옳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보고 내용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실제로 지난 4~5년 동안 거의 진전이 없었음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초기부터 동북아 금융허브를 주요 국정 과제로 삼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도 마련했다. 동북아 금융허브는 우리나라만 홀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상하이ㆍ홍콩ㆍ싱가포르ㆍ도쿄 등 아시아 주요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모두 추진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각종 규제를 움켜쥐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동안 경쟁국들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이나 인천 송도는 상하이ㆍ홍콩ㆍ싱가포르ㆍ도쿄 등 동북아 주요 도시 중 금융허브로서의 경쟁력은 꼴지 수준이다. 이 같은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을까. 동북아 금융허브 과제가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산업이 요구하는 전문 인력 부족, 법률ㆍ회계ㆍ정보네트워크 등 금융 인프라 미비, 전투적 노사관계, 생활환경 등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장애요인은 역시 정부의 각종 규제라고 하겠다. 실제로 다른 제약요인들은 정부가 규제를 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 조성하면 대부분 스스로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다. 과도한 규제야말로 금융선진화를 억제할 뿐 아니라 동북아 금융허브의 걸림돌이 된다. 예컨대 금융산업의 대형화 및 경쟁력 저조, 해외 진출 및 외국자본 유치 저조,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도 정부 규제의 산물이다. 전문 인력 부족, 금융 인프라 미비 등 글로벌 서비스산업의 낙후도 규제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오늘날 툭하면 국민정서나 공익을 내세워서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사유재산권을 억제하려는 경향도 글로벌 경쟁을 저해하는 정부 규제와 개입의 한 단면이라고 본다. 정부가 규제와 개입만 능사로 여기고 반기업적인 조세제도로 가렴주구를 일삼는다면 금융선진화와 금융허브는 이룩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언필칭 규제 개혁을 이야기하고 규제와 끊임없이 투쟁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규제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수도권 규제, 환경 규제, 토지 규제, 금융 규제 등 온갖 규제시스템이 완강한 가운데 창의성 있는 금융 혁신 및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구조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005년에 ‘제로베이스 금융 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 금융 규제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목적에서 규제 개혁 작업은 모든 금융 관련 규제의 존치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되 피규제자의 입장을 반영해 상시적인 규제 개혁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했다. 재경부는 금융 규제 개혁 방안이 규제 일몰제에 버금가는 대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당시에 규제 개혁에 대한 정책 당국의 의지가 워낙 단호해 보였기 때문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규제 개혁은 진전 없이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은 버즈 두바이와 같은 세계 최고층ㆍ최첨단 건물을 짓는데 한국의 정책 당국과 금융기관들은 왜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을 만들지 못하는가. 금융허브는 초고층 국제금융센터와 금융 전문 대학원,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적 금융회사들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환경의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중남미의 경제는 정부가 잠자는 밤에만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과도한 정부 규제는 기업활동 및 경제 전체를 질식시킬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정부는 금융 규제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친 규제 개혁을 실시하고 과도한 시장 개입을 억제함으로써 한국이 금융선진화와 금융허브를 이룩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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