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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태양의 서커스와 블루오션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세계적 공연기업 ‘태양의 서커스’에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가운데 하나가 ‘서커스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기업’이라는 말. 얼마 전 국내 서점가를 휩쓴 ‘블루오션 전략’의 서두에 소개되면서 태양의 서커스는 블루오션의 대표 기업으로도 통한다. 그런데 과연 태양의 서커스가 어떤 것이기에 새로운 시장을 뜻하는 블루오션의 대표 주자가 됐을까. 내년 3월 국내에서 첫 공연하는 태양의 서커스 국내 마케팅 담당자 A씨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단체 티켓 판매를 위해 기업들을 방문하면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첫번째 유형은 이렇다. “태양의 서커스요? 무슨 서커스 티켓을 우리보고 사라고 그래요….” 조급해진 A씨는 블루오션 책 이야기를 꺼낸다. “이 공연은요, 베스트셀러 ‘블루오션 전략’ 첫 장에 소개된 바로 그 작품이에요. 블루오션 모르세요?” 상대는 고개를 겨우 끄덕이며 “아, 이게 그 책에서 소개한 공연이에요? 그래도 그렇지. 결국 서커스 아닌가요”라는 말을 내뱉는다. A씨는 몇 시간 동안 태양의 공연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려야만 한다. 두번째 유형의 에피소드는 간단하다. “태양의 서커스가 한국에 온다고요? 2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 길에 태양의 서커스가 만든 ‘오(O)’ 쇼를 본 적 있죠. 태양의 서커스 공연 정말 대단하죠.” 상대의 반응이 이쯤 되면 더 이상 대화가 필요 없다. 바로 티켓 매매조건 협상에 들어가면 된다. 두 유형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뭘까. 바로 태양의 서커스를 한번이라도 봤느냐 보지 못 했느냐이다. 한번도 보지 못했다면 어떤 설명을 듣는다 해도 태양의 서커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블루오션이라는 게 그렇다. 창조적인 기업이 만들어낸 새로운 제품은 시장에서 그 실체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쉽게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그러니 체험해보는 수밖에. 이전에 누구도 맛보지 못한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만들자는 삼성의 새 모토 ‘창조경영’ 정신의 단초도 태양의 서커스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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