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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조각그림 맞추기

채수종 산업부 차장 sjchae@sed.co.kr

[동십자각] 조각그림 맞추기 채수종 산업부 차장 sjchae@sed.co.kr 채수종 산업부 차장 조각 그림 맞추기는 작은 부분들을 맞춰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다. 작은 조각을 인내심을 갖고 맞춰나가다 보면 의미 있는 그림이 만들어진다. 만리장성을 이루고 있는 돌 하나는 작은 벽돌에 불과하지만 이것들이 모여 성벽을 이루고 인간이 만든 최대 구조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은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면서 의미가 덧붙여지는 것이다. 조각 그림 맞추기는 말단 지엽적인 것들이 모여서 의미 있는 그림으로 바뀌는 데 묘미가 있다. 올 여름에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다빈치코드’ 등 추리소설의 기법도 이와 비슷하다. 경제상황도 조각 그림 맞추기 방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작은 조각 그림들을 모으면 우리 경제의 상태를 알 수 있는 큰 그림이 완성된다. 우선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관련 지표를 보자. 올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5%, 6월 소비자물가는 3.6% 상승, 실업률은 3.5% 수준이다. 광란의 바람이 불던 부동산도 안정되고 있다. 조각 그림들이 대체적으로 파란색이다. 그런대로 괜찮다. 그러나 주위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경제위기의 단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창하게 사상 최고수준을 오르내리는 기름값을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우선 실업자가 없는 집이 없다. 아버지가 명퇴를 당하지 않았으면 아들이 백수생활을 한다. 아니면 형이나 동생이 직장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나왔거나 사업에 실패해 고통받고 있다. 길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넘쳐난다. 이혼으로 해체되는 가정이 늘고 있고 빈곤으로 인한 자살자 수가 IMF 이후 가장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정이 조금 나은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안 먹고 안 쓴다. 대형차보다는 경차와 소형차, 대형 TV보다는 중소형 TV가 잘 팔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는 의료비와 아이들 교육비마저 줄이고 있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조각 그림들은 지표경기와 다르다. 온통 빨간색이다. 이런저런 조각 그림들을 맞춰보면 안개 속을 헤매는 한국호가 나온다. 아직 좌초한 것은 아니지만 항로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호가 안개 속을 빠져 나오고 있는 것인지 들어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를 보면 나오는 것 같고 주위를 둘러보면 더욱 심한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마치 프로기사들의 바둑에서 백이 두면 백이 유리한 것 같고 흑이 두면 다시 흑이 유리해진 것 같은 느낌과 같다. 하수가 어찌 고수의 숨은 뜻을 알겠는가. 그저 그림판이 파랗게 물들기를 바랄 뿐이다. 입력시간 : 2004-08-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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