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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후엔 교육도 'STOP'… "대한민국 경쟁력 방전"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1부. 문제는 낡은 교육 <5> 방치되는 인재들<br>산업 구조 급변…졸업장만으론 평생 보장 못받아<br>평생학습 절실하지만 사회인식 낮고 시스템 미비



#1. 입사 2년차인 직장인 김은경(가명ㆍ29ㆍ여)씨는 최근 일본어 학원을 다니다 그만뒀다. 바쁜 업무 탓에 도저히 학원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딴 짓을 한다'는 지적을 받을 까봐 저녁 시간을 쪼개서 등록을 했는데 그마저도 야근이나 회식 때문에 쉽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2.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 송호준(가명ㆍ57)씨는 요즘 잠이 안 온다. 2년 후 직장을 그만 둔 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 송씨는 "30년 넘게 쉴 틈 없이 살아오다 보니 회사 이후의 삶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뭔가를 새로 배워보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고 당장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적 자본 강국인 대한민국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학 이후 교육'의 부재 속에 인적 자원의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아 인력 기능 및 기술의 진부화가 심화되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즉 '인재의 방전'은 물론 '대한민국 경쟁력의 방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생보장 대학 졸업장은 없다=과거 산업화 시대에서는 대학 졸업장 하나가 정년, 더 나아가 그 이후의 삶까지 보장해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령사회에서는 '대학 졸업장=평생보장'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능력 개발 없이는 개인은 물론 조직과 국가의 발전을 꾀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인간 수명은 연장되는 반면 지식 수명은 단축되는 시대 흐름상 평생ㆍ계속 학습을 위한 사회 프로그램 마련 및 개발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47) 부장은 "예전엔 유명 대학 간판이면 웬만큼 통했는데 지금은 대학 나오면 다 배웠다는 생각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며 "하지만 뒤늦게 뭔가를 배우기에는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교육혁신센터장은 "산업구조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기술과 지식의 진부화 속도도 굉장히 빨라졌다"며 "4~5년 후면 필요 없게 되는 지식이 많은 만큼 기존 지식과 새로운 지식에 대한 리뉴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고 강조했다.

◇공부 안 하는 인재… AS 교육 부실=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학 졸업과 함께 교육 끝'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보니 '학교 이후의 교육', 즉 애프터서비스(AS) 교육이 부실한 것. 실제로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생활시간은 성인 입문기 시작과 함께 학습시간은 급감하는 반면 일은 급증한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년 국가 평생교육통계조사만 봐도 우리나라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28.0%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증가했지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참여율(29.8%)에 못 미친다. 유럽연합(EU) 평균치인 37.9%(2008년)에 비해서도 크게 부족하다. 평생학습 장애요인으로는 시간부족(85.5%)이 가장 큰 이유였고 교육비(31.0%), 근무시간과 중복(18.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졸업장이나 학위를 취득하는 '형식교육' 외에 현재 또는 미래의 직업을 위한 지식을 얻고 새로운 기술 학습, 커리어 향상 등의 의도를 갖고 학원 수강이나 직장 내 교육을 받는 '직업 관련 비형식 교육' 참여율은 14.3%에 불과했다.

◇입사 후 공부하다간 찍힌다(?)=이 밖에도 바쁜 직장 생활 및 기업 내 자기개발에 대한 인식 역시 직장인들의 계속 교육을 막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커리어 개발을 위한 학습을 업무 외적인 활동으로 바라보거나 업무 이후 회식ㆍ야근 이탈 등의 원인으로 치부하는 분위기 속에 직장인 학습확대가 요원하고 '눈치보기'만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물류업체의 입사 7년차 정근배(가명ㆍ38)씨는 최근 기획 중인 프로젝트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실 집보다 회사 일에 몇 배 이상 신경을 쓰고 있다"는 그는 "내 연차의 직장인들에게 자기개발은 말 그대로 사치"라며 "인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당장의 회사 이익과 상관 없는 공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기 무덤 파기"라고 말했다.

이희수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장은 "체계적인 학습 없이는 개인과 조직은 '지식의 고지혈증'에 걸리고 만다"며 "이 같은 학습이 일터 본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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