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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6월 23일] 실리콘밸리와 디트로이트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한 벤처기업인을 만났더니 미국 벤처기업들은 요즘 ‘그린(GT)혁명에 푹 빠져 있더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풍력발전이나 그린카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이른바 청정기술에 뛰어드는 벤처기업들이 쏟아져나오고 자금과 인재도 대거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는 불확실 시대의 성장엔진
실리콘밸리 역시 경기침체 영향으로 실업률이 다소 높아지는 등 어려움을 겪가는 하지만 유통매장이나 식당조차 썰렁한 다른 도시와 달리 가장 활력이 넘치더라며 새삼 미국의 저력을 느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벤처기업인들은 흔히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동경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벤처문화와 남다른 도전정신을 부러워하고는 한다. 실리콘밸리가 숱한 도전을 물리치고 60년 넘게 한결같이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기업가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벤처의 생명은 도전이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고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모습이야말로 그들만의 성장비결인 셈이다. 반면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디트로이트가 변화에 둔감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바람에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벤처업계에 거는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대일수록 벤처기업 특유의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한 그룹사는 얼마 전 현재의 경기 회복세가 중국의 부양책 등에 따른 일시적인 거품에 불과하다며 불요불급한 투자를 최대한 삼가라고 계열사에 지시했다고 한다. 대기업과 달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상황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벤처기업이 위기 타개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도 최근 경기활성화를 위해 그린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정작 구호만 어지럽게 나돌 뿐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인들도 갖은 악조건을 뚫고 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주변여건상 힘에 벅찰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견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K사장은 요즘 주위 기업인으로부터 심심찮게 문의전화를 받는다. 올해 초 내부인사까지 개입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에게 회사를 방어할 수 없는 방법을 물어오는 전화들이다. K사장은 “비슷한 상황에 몰린 분들이 하도 답답한 나머지 무슨 뾰족한 방법이 없냐고 하소연해오더라”면서 “나름대로 회사를 방어했던 방법들을 전해주면 무척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벤처기업의 첨단기술을 겨냥한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해 잔뜩 우려하고 있다. 경영에만 전념해도 될까 싶은 터에 불필요한 소모전만 치르다 보면 글로벌 경쟁에서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는 게 벤처기업인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아울러 ‘벤처기업 부활제’처럼 실패한 기업인에게 재개의 기회를 주거나 기술력과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본다. 때맞춰 정부가 벤처기업특별법을 새롭게 손질한다는 소식도 들려오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디어 창업' 활성화해야
국내 벤처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을 200개사나 배출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키코(KIKO)사태와 환율위기ㆍ내수부진 등 갖은 어려움을 겪고 세계시장을 무대로 훌륭한 성적표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벤처인들과 정부는 힘을 합쳐 국내에도 제2, 제3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시대 변화를 외면하고 단지 공룡으로 만족해야 했던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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