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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피디의 Cinessay] 지키지 못한 약속 '모정'


영화에서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대부분 돌아오지 못한다.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그 사람은 마지막 인사도 허락하지 않은채 이 세상을 떠나버린다. 아직도 기억할 게 너무도 많고 함께 한 시간의 결들이 생생한데 다시는 만질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영화 '모정'(1955년작)도 강렬한 사랑과 갑작스러운 이별을 다룬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와닿았던 영화이기도 했다.

주인공 제니퍼 존스(한수인 역)와 윌리엄 홀덴(마크 역)은 깊이 사랑하지만 장애물이 만만치않다. 아니, 어쩌면 사랑과 고통, 사랑과 장애물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인지도 모른다.

혼혈인 의사 한수인은 태생의 정체성 혼란과 문화의 차이, 1950년대에 당연히 있었을 남녀차별, '미망인'이라는 족쇄 등등에 갇혀 '운명'을 믿으며 방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훤칠한 미남에 촉망받는 기자 마크는 불행한 결혼생활로 아내와 오래 별거중이다. 사랑을 시작하고 이끌어가야할 남자로서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랑은 이해와 설명이 가능한 합리적 감정은 아니다. 우연한 모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 모든 어려움을 딛고 강렬하게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한수인은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고 마크는 이혼에 실패한다. 설상가상, 마크는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전하게 된다. 애틋한 사랑은 더욱 간절한 그리움으로 두사람을 이어주지만 어느날, 마크는 전사하게 되고 영원히 한수인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어린시절엔 아름다운 홍콩의 풍경과 제니퍼 존스의 우아한 치파오 자태에 흠뻑 반했었다. 특히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던 해변과 언덕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객들이 즐겨찾을 정도로 이 영화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었다. 주제가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은 웅장한 전주도 남다르고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명곡이다. 이 흠잡을 데 없는 사랑 영화의 주인공이 왜 하필 한국전쟁에서 전사하는지 속상했었다.

내일(6월25일)이 한국전쟁 발발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전쟁에는 16개국에서 195만 219명의 외국인이 참전했으며 그 중 3만 7,623명이 전사했다. 그 중 한 명이 마크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들을 기억하는 가족들의 슬픔은 결코 작아지지 않았으리라. 사랑하는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못한 수많은 참전용사들에게 깊은 애도와 감사를 표한다.

조휴정 KBS PD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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