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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난산과 협상력 부재
입력2002-10-23 00:00:00
수정
2002.10.23 00:00:00
우리나라와 칠레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부내의 혼선은 실망의 정도를 넘어 한심하기까지 하다. 이렇다하게 의제제기가 안됐던 금융시장 개방문제로 FTA가 무산될 위기라니 느닷없다. 지난 2년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최대의 이슈는 칠레산 농산물과 한국산 공산품의 교역조건에 관한 것이었지 금융시장 개방문제는 아니었다.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재정경제부라고 한다. 그것도 물품교역협상이 겨우 타결되어가는 막바지 단계에서 마당에 제기됐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가 사전협의 유무를 둘러싸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판이니 칠레 측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하다. 재경부가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칠레가 유럽연합(EU)과 체결한 FTA에 금융시장 개방문제가 포함됐음을 감안한 것이라고 한다. 사상 처음으로 외국과 FTA를 체결하는 한국의 입장으로선 차후에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경우에 대비해 모범답안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모든 상품의 교역에는 금융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금융개방 협상은 필요하고, 금융산업의 주무부처로서 이 문제를 FTA에 포함시키려는 재경부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그 같은 제의는 사전에 정부 내에서 충분히 의견조율을 거쳐 일치된 목소리로 내놓아야 한다. 국가간 협정에서 현재적인 필요성은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다. 양국간에 은행이 진출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금융개방이 시급을 요하는 의제도 아니다. 칠레와 EU간 FTA에 금융개방내용이 포함됐다고 하는데 이는 양자간에 금융교류가 현저하기 때문이다. 반면 칠레가 캐나다 멕시코 등과 맺은 FTA에서 금융부분을 제외한 것도 현실적인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전반적인 진행과정으로 볼 때 한ㆍ칠레 FTA혼란은 외교통상부의 서두름에도 책임이 있으나 보다 큰 책임은 재경부에 있다고 본다. 부처간 공 다툼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보기에도 흉하다. 우리는 이 문제로 인해 한ㆍ칠레 FTA가 무산되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 그렇게 되는 것이 두 나라를 위해 좋은 일도 아니다. 주요 교역품목이 무관세 품목에서 제외됨으로써 반쪽 협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ㆍ칠레 FTA의 체결을 바라는 것은 한국 최초의 FTA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금융시장 문제는 앞으로 양국간의 경제교류 상황을 보아가며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우리가 양보를 해서라도 체결이 성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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