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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기업 편법·탈법 판친다

채무 안 갚으려 고의 신청후 새 법인 만들고<br>허술한 관리감독 틈타 회사자산 빼돌리기도


열연철판 유통업체인 T사는 지난해 말 금융위기의 와중에 은행 대출 및 어음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20억원어치의 철판을 사들인 뒤 시세의 60~70%에 덤핑 처리해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다. 덤핑 판매로 철강시장까지 교란시켰던 T사는 올해 초 갑자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3개월에 걸친 법원의 심사기간에 손발이 묶인 20여곳의 거래업체는 미수금을 받지 못해 부도를 내고 말았다. 한 거래업체 관계자는 "T사가 땡처리해 확보한 현금을 은닉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기업회생을 선택했다"며 "법원 심사기간에는 채권을 확보할 수 없으니 다들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부도위기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일시적인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살리겠다며 도입된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가 곳곳에서 제도적 허점을 드러내며 이를 악용한 부실기업들의 편법ㆍ탈법행위를 낳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빚을 갚지 않으려고 고의로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새로 법인을 만들어 영업하는가 하면 허술한 관리감독을 틈타 회사 자산까지 빼돌리는 등 극심한 모럴해저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5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기업회생절차 신청건수는 모두 451건으로 지난해 전체의 366건을 훌쩍 넘어섰으며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800여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부실기업 입장에서는 기업회생절차가 자산매각 등 특단의 자구책을 요구하는 워크아웃보다 부담이 훨씬 적은데다 경영권을 고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행 통합도산법은 기존 경영자들의 권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고 정상적인 기업회생을 더디게 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규모 있는 기업들이 일부러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바람에 영세 협력업체들까지 줄도산 사태를 맞는 것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통합도산법에서 논란을 빚는 것은 기존 경영자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기존관리인 유지제도(DIP)'와 회생절차를 심사하는 2~3개월간 채무변제 의무가 모두 동결된다는 점이다. 기존 경영진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기업의 채무변제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외부 자금수혈 등에도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유진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통합도산법은 도산 위기에 처한 법인을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기업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며 "쟁점이 되고 있는 DIP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집단관리인체제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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