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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꽃에 대한 사연' 감성적 해설로 풀어

■꽃, 들여다보다(기태완 지음, 푸른지식 펴냄)


"한겨울의 자태를 사랑하는데(我愛歲寒姿)/ 반쯤 필 때가 가장 좋은 때네(半開是好時)/ 피지 않았을 땐 피지 않을까 두렵고(未開如有畏)/ 활짝 피면 도리어 시들어버리려 하네 (已開還欲萎)."

조선시대 세종 때 집현전 학사였던 성삼문은 '동백꽃'을 두고 이렇게 예찬했다. 고려 문인 이규보는 "복사꽃 오얏꽃이 곱고 무성하지만/ 그 경박한 꽃은 믿기 어렵고/ 소나무 측백나무는 고운 안색이 없어/ 귀한 바는 추위를 이겨내는 것뿐이네/ 동백은 어여쁜 꽃이 있으면서 또한 능히 눈속에서 피어나네 (하략)"라는 시로 동백화을 칭송했다.

연세대 국학연구소 기태완 연구교수가 옛 한시(漢詩)를 기반으로 동아시아의 2,500년 역사 속에서 사랑받았던 꽃과 나무에 대해 집대성했다. 선비를 상징하는 '사군자'뿐 아니라 동백꽃, 수선화, 난, 배꽃, 벽오동 등 27가지 꽃과 나무의 유래ㆍ역사ㆍ설화가 펼쳐진다. 저자는 '시경', '서경'을 비롯해 '본초강목' '산해경' '격물론' 등 중국고전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양화소록' '지봉유설' 등 방대한 자료를 추적해 꽃의 문화적 상징성까지 분석했다.

그렇다면 수백 년에 걸쳐 문인들의 사랑을 받은 동백꽃이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소설 속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에 의문을 품은 저자는 김유정의 고향인 강원도의 사투리로 생강나무가 '동박나무' 혹은 '산동백'이라 불렸음을 알아내 알싸한 향을 내뿜는 김유정의 동백꽃이 '생강나무 꽃'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시 구절을 따라 가 만나는 꽃의 속내는 화사한 외양 못지 않게 곱다.



버드나무는 당나라 시인들의 작품에서 이별의 슬픔으로 자주 등장했는데, 길 떠나는 사람에게 버들가지를 꺾어준 것은 강인한 버드나무의 생명력처럼 여행자가 무사하길 기원한다. 또 버들 류(柳)자가 머무를 류(留)자와 발음이 같아서 떠나는 사람을 머무르게 하고 싶은 마음도 동시에 전한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정결함을 갖춰 군자의 기개를 보여준다. 모란은 꽃 중의 왕이라 하여 임금을 은유했고, 벽오동은 백성들의 원망을 풀어주는 희생정신으로 표현됐다. 옥잠화는 아리땁고 순결한 여인, 해당화는 술에 취해 잠든 미녀를 상징했다.

저자의 감성적인 해설을 좇다보면 꽃이 단순한 완상(玩賞)의 대상을 넘어 매혹적인 풍성한 사연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된다.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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