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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부지런한 한국인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필자는 개도국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산업발전 경험을 강의할 때에 큰 즐거움을 얻는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바뀐 우리나라의 모습 즉,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이뤄온 눈부신 발전과정을 자랑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기업가들·산업전사들 그리고 그들을 뒷받침했던 지도자·공무원들의 "경제하려는 정신"을 설명했을 때 개도국에서 온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일 때 얻어지는 희열이 정말 크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중남미·동남아 등의 많은 개도국이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인 이른바 "테이크오프 (이륙·도약)"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를 여러 곳에서 찾고 있지만 필자는 이 "경제하려는 정신"이 부족했던 데서 찾고 있다. 이런 개도국들에서 흔히 그러하듯이 "구국의 숭고한 정신"을 가지고 집권을 한 정치적 지도자들은 "경제하려는 정신"보다는 자신의 정통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덕성과 법치 등을 내세우기 십상이다. 민간 사업가들을 믿지 못해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 중요한 국가사업은 자신들과 비슷한 집단에 맡기게 되고 경제논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마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기 기업들의 사훈 속에 "사업보국"이라는 말이 곧잘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기업을 운영해 즉 경제활동을 통해 나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초기 기업가들이 가지고 있었고 이에 화답해 기업가들의 경제활동을 중시하면서 이들 뒷받침하는 데 진력했던 정치 지도자들과 공무원들의 노력이 결합해 오늘까지의 우리 경제의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지난해 11월께다. 인도네시아의 고위 공무원들이 50명 가까이 한꺼번에 산업연구원을 찾았다. 대학교수로서 정부에 자문하는 사람 하나가 던진 질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왜 한국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하려 하나요? 그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그렇다. 해외에 경제활동을 하러 나간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정말 부지런하다. 어떤 식으로든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정신, 속된 말로 "캔두 스피릿"의 원천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자리에서 아무 것도 없던 데서 경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헝그리 정신"이 그 원천이 아니겠는가라고 대답해 어느 정도의 공감을 얻었다. 기실 인도네시아와 같이 풍부한 자원 (먹을 것을 포함해)이 갖춰져 있는 나라에서 헝그리 정신이 발휘되기는 힘들다. 큰 노력 없이도 쌀의 이모작·삼모작이 가능한 나라, 곳곳에 해산물이 널려 있는 나라에서 "경제하려는 정신"을 내기가 매우 힘든 것이다.

이 모든 이유로 필자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누구에게나 힘든 "헝그리 정신"을 발휘할 필요없이 오히려 지금까지 이뤄낸 업적을 이용해 쉽게 얻을 수 있는 "먹을 것"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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