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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4월21일] 반도체 빅딜

1999년 1월6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LG반도체를 포기하고 현대전자에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에 정면으로 맞서 계속 버티기에는 너무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대기업들에 대해 구조조정 관련 가시적 성과를 빨리 내야 한다며 압박했다. 게다가 재계마저 정부 편에 서 등을 돌리는 바람에 더 이상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 회장은 이날 회사로 돌아와 임원들에게 “회사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후 재벌개혁을 주장하며 재벌개혁의 표본으로 재벌간 빅딜을 강요했다. 삼성자동차를 대우자동차에 넘기고 대우전자는 삼성전자,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 넘기게 하는 게 재벌 빅딜의 골자. 당시 LG반도체가 현대전자보다 규모도 크고 발전 가능성도 많아 현대전자 반도체부문을 LG에 넘기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정략적 이유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기도록 종용했다. LG는 반도체를 현대에 넘기는 데 동의했지만 양수조건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1999년 4월21일 양측간의 이해가 엇갈려 심한 진통을 겪어온 반도체 통합 협상이 드디어 타결됐다. 가장 큰 의견차이를 보인 양수도 가격을 2조5,600억원으로 최종 합의한 것. 당초 현대가 제시한 가격(1조원)보다 1조5,600억원 많고 LG 측 가격(5조원)보다는 2조4,400억원이 적었다. 이렇게 해서 한때 한국경제의 부실 뇌관이었던 하이닉스반도체가 탄생하게 됐다. 뒷이야기 하나. 반도체 빅딜이 성사된 후 구 회장은 전경련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재계가 보인 태도에 대한 섭섭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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