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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맞서는 기업들] <중> 똘똘 뭉쳐 혹한기 넘는다

협력업체끼리 자금대출 등 "상생" <br>서로 힘합쳐 제품 개발하고 해외시장 개척도<br>올 노사화합선언 작년보다 3배늘어 2,689개사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위기 탈출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 IT업체 직원들이 생산현장에서 제품의 혁신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USB전문업체인 메모렛월드의 서울디지털공단 사무실에 걸린 달력에는 연말연시 일정이 빼곡히 적혀져 있다. 모두 신규 수출선 개척을 위한 일정이다. 지난달 미국 달라스 전시회 참가 및 현지법인 설립에 나선데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도 시장개척단을 파견했다. 요즘엔 내년 3월 열릴 홍콩전자전 준비를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지하철이 끊긴 새벽녘에야 하루를 마감하기 일쑤다. 김성민 이사는 “내수시장 침체에 따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모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떠맡고 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늘해 디자인팀장도 “내수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직원들이 고통을 나눠야 하지 않겠냐”며 “수출을 위한 제품 디자인의 일선에 있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며 밝게 웃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일감을 나누고 불황극복을 위해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 노조와 회사, 협력업체들은 서로 판로를 개척하거나 자금난을 극복하는 데 힘을 합치며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노사화합을 선언한 업체는 모두 2,689개사로 지난해의 749건에 비해 3배 이상 불어났다. 경영환경이 나빠지자 노조에서 먼저 회사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구미에 위치한 산업용 필름 제조업체인 필맥스 역시 최근 ‘항구적 노사평화’를 선언했다. 지난 2003년 부도 직전까지 가는 아픔을 겪었던 필맥스의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경기불황을 맞아 서로의 주장만을 앞세우기 보다 수익창출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이뤄졌다. 노조는 내년도 임금협상을 사측에 전면 위임했고 이에 사측은 고용보장으로 화답했다. 이덕영 상무는 “평균 근속년수가 15.1년에 달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기존직원을 정리하고 신입사원을 뽑아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원하지 않는다”며 “직원들이 힘을 합치는 만큼 내년에는 처음으로 1,000억원 매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로의 입장을 잘 아는 협력사들은 자금난과 판로개척이라는 난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완성차회사의 1차 협력업체인 S사는 이달초 자금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2차 협력업체에 무이자로 1억원의 대출을 해줬다. S사 역시 급격한 물량 감소로 최근 비정규직 용역 생산직원을 정리하고 휴업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더 어려운 협력사의 사정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매일 납품을 하러 들어오던 협력사 관계자들을 요즘엔 일주일에 한번 볼 정도로 사정이 많이 어려워졌다”며 “협력사가 쓰러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긴급자금을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도자기 식기 제조업체인 젠한국은 최근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으로 플라스틱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을 꼽는다. 젠한국은 락앤락의 중국지사를 통해 매장위치 선정에서부터 납품, 매장관리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두 업체는 지난해 도자기용 밀페용기인 ‘젠앤락’을 공동개발하면서 인연을 맺은 뒤 경기불황을 헤쳐가는 데도 서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락앤락 관계자는 “내년도 내수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중국 신규시장 개척은 회사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제품개발은 물론 해외진출 등에서 서로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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