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이 바닥을 지나 'L'자형 상승기로 접어든 것으로 진단했다. 전셋값 상승과 정부의 거래 활성화 대책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으로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이 같은 회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과 가계 부채 문제 등으로 2000년대 중반처럼 급격한 가격 상승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분위기가 반전된 만큼 올해 집값이 강보합세를 보인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바닥 다지고 상승세 전환…내년에 더 좋아질 것=서울경제신문이 21일 부동산 전문가 10명에게 최근 주택 시장 분석을 의뢰한 결과 모두 현재 집값이 바닥을 통과하고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진단했다. 또 올 들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주택거래 증가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에 따른 매매전환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가격 하락이 멈추고 반전했다"면서 "현재 집값이 바닥을 지난 상황으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잇따르면서 올해 시장 분위기가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각종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집값이 거의 바닥이라는 인식이 강해 매매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전셋값이 매매가에 근접하다 보니 매매전환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과 집값에 육박하는 전셋값이 맞물려 일부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상승세로 방향이 튼 집값이 내년에 더욱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기는 힘들지만 다시 꺾여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L자형 상승을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며 올해보다는 내년에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집값이 바닥을 벗어나 상승세로 접어든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2000년대 중반의 대세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전망이 불확실한데다 가계부채 문제가 주택 구매력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세무팀장은 "대세 상승 가능성은 매수세의 본격 확대에 달려 있지만 대내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크고 막대한 가계 부채 등이 매수세의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대세 상승세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가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불안하다"며 "정부의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부담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대출을 받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감면·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추가 대책 필요=이처럼 주택시장이 다소 살아나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금리 인상, 가계 부채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많아 시장 회복과 거래 활성화가 반짝 현상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에 따른 가계 부채 완화와 구매력 제고 등 체질이 먼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추가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아파트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도세 감면을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다주택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추가로 부여해 매매시장과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도 "단기간에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크게 늘리기 힘들기 때문에 전셋값 상승세를 막기 어렵다면 매매수요 전환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주택 매수자들이 취득세보다는 양도세 부담을 더 느끼는 만큼 한시적 양도세 감면은 다시 꺼내들 만한 카드"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추가 규제 완화와 함께 노후주택 정비 등을 통한 주택공급으로 전·월세 시장을 안정적으로 재구조화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시장 회복과 거래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에 대한 취득세 면제 등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전셋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도 서둘러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전세가격 급등은 구조적인 변화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전세 공급이나 자금 지원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노후주택·주거지에 대한 정비를 서두르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추가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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