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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하이닉스 주인이 되려면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연중행사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번 상황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시작 전부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수후보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세부 방안도 흘러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가 특정 그룹을 밀어주기로 했다는 루머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통령 임기 내에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정부와 채권단의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브랜드 가치 훼손해선 안돼 하이닉스 매각이 성공할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매각 성사여부를 떠나 한가지 확실한 점은 '하이닉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인수합병(M&A)이라면 하지 않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실제 하이닉스는 앞서 이뤄진 몇 번의 매각무산으로 자체 경쟁력과 무관하게 회사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건전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매각무산' '인수의향 기업 없음'등이 회자되며 '문제가 있는 회사'로 잘못 비춰진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 주체이자 미래 성장 동력인 우수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직원들의 사기저하, 투자자들의 신뢰추락 등도 하이닉스에는 지울 수 없는 상흔이 됐다. 매각흥행도 중요하지만 매각과정에서 하이닉스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이닉스가 국내 및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는 점도 매각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하이닉스는 올해 1ㆍ4분기 기준으로 D램 반도체시장에서 23%의 점유율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 삼성전자(39.3%)가 워낙 독보적이라 20% 초반의 점유율이 왜소해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이닉스가 이룬 괄목할만한 성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십년간 쌓아 온 투자와 기술, 마케팅이 집결된 산물이다. 'D램 반도체=한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도 삼성전자의 선전과 하이닉스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 탄생한 결과물이다. 기술력이 있다는 대만의 D램 기업도 20%대 점유율은 꿈의 숫자 그 자체다. 해외에서 보는 하이닉스의 브랜드 가치가 국내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높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이닉스'라는 브랜드를 계속 유지시키고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매각과정에서 하이닉스의 위상이 감안되지 않고 명분과 인수금액이 우선됐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하이닉스는 물론 반도체 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공적 자금 투입이라는 태생적 한계 속에서도 하이닉스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저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기업을 매각하면서 자칫 큰 숲을 보지 않는다면 국가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도체 육성 의지가 더 중요 'D램 반도체=한국'이라는 공식을 계속 지키고 하이닉스가 더욱 높게 날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훌륭한 대주주가 주인이 돼야 한다. 국제경험은 물론 충분한 재무여력도 갖춘 곳이어야 한다. 하이닉스는 매년 2~3조원의 투자를 끊임없이 집행해야 한다. 말이 2~3조원이지 몇 년만 쌓이면 10조원이 훌쩍 넘는다. 만약 이 같은 투자가 부담스러운 곳이라면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는 게 옳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를 진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필수적이다. 자본ㆍ기술ㆍ지식 집약적 산업이라는 메모리산업의 특성상 인수금액 보다는 반도체 사업을 잘 하겠다는 의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좋은 주인이 나오지 않으면 지금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대안이다. 그동안 주인 없이도 잘 성장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더 그렇다. 반도체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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