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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의 몰락은 ○○○○ 탓이다

2014회계 2조원 이상 손실에 니혼게이자이 3대 원인 지적

개혁 지체, 구조조정 등 골든타임 놓쳐

리더십 혼란, 경영난 불거져… 방향성 상실

불안정한 사업구조, 탄탄한 캐시카우 없어 벼랑에



일본의 대형 전기전자 업체 샤프가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중 2,223억엔(약 2조260억원)의 최종 손실을 냈다는 적자 성적표를 내놓았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19엔대로 떨어지면서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사상 최대 이익을 자랑하는 실적 잔치를 벌이는 마당에 '나 홀로' 고꾸라진 실적이다. 일본의 7대 전기전자 업체 가운데 2014회계연도에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구조조정이 한창인 소니 외에 샤프가 유일하다. 지난 4년간 샤프가 낸 적자는 총 1조엔이 넘는다. 이날 실적과 함께 발표한 경영재건계획에는 본사건물 매각과 일본 내 직원 3,500명을 포함한 총 5,000명 감원, 주거래은행 2곳 등으로부터 2,250억엔의 금융지원, 대규모 감자 등 벼랑 끝에 내몰린 샤프의 현주소가 담겼다.

다른 기업들이 저마다 엔저 호황을 누리는 지금 한때 액정TV의 세계적 강자로 시장을 주름잡던 샤프는 왜 궁지로 내몰렸을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사설에서 샤프가 경영재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개혁 지체 △리더십의 혼란 △불안정한 사업구조 등 세 가지를 꼽으며 샤프의 사례가 다른 기업들에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샤프가 '턴어라운드'에 실패한 원인은 우선 경영진의 안이한 판단으로 경영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샤프 경영진은 앞서 대규모 적자를 냈던 2011~2012회계연도 당시에도 이번 경영재건안에 담겼던 내용 대부분을 검토했지만 막연한 실적회복 기대감으로 계획안을 덮었다. 이후 2013회계연도에 엔저 호재 등으로 소폭의 흑자전환을 이루면서 개혁은 물 건너갔다. 니혼게이자이는 사설에서 "한때 샤프보다 큰 규모의 적자를 냈던 히타치와 파나소닉은 위기를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 빠르게 회생한 반면 샤프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파나소닉은 지난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49% 늘어난 1,794억엔 흑자를 기록했으며 히타치 또한 9% 감소에도 불구하고 2,413억엔에 달하는 대규모 흑자를 냈다.

리더십의 혼란도 샤프 경영의 발목을 잡았다. 경영난이 불거지면서 전임 사장이 1년 만에 교체되고 2013년 6월 다카하시 고조 사장이 취임했으나 경영진이 삐걱거리면서 회사의 방향성이 흔들렸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의 지적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2012년 초까지 회사의 투톱 체제를 이어갔던 가타야마 미키오 전 대표와 마치다 가쓰히고 전 회장 등의 입김으로 사장 교체가 이어진 것 외에 상명하달식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온건한 경영을 표방한 다카하시 사장의 리더십에 "방향이 안 보인다"는 내부 불만이 쌓인 점도 경영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샤프의 사업구조에 탄탄한 '캐시카우'가 없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지목됐다. 니혼게이자이는 가전사업 부진에도 금융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소니 등과 달리 샤프는 현금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사업을 가지고 있지 않아 경영불안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벼랑 끝에 몰린 샤프가 내놓은 개혁안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다카하시 사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성역은 없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지만 샤프가 내놓은 계획들은 대부분 비용절감 방안일 뿐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초 검토됐던 공장 폐쇄나 액정사업 분리 등의 개혁안은 모두 유보됐다. 향후 성장전략에 대한 다카하시 사장의 계획은 "일본과 아시아에 경영자원을 집중시키겠다"는 막연한 내용에 그쳤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패널 사업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지만 지속되는 LCD패널 가격 하락과 한국·중국과의 경쟁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와세대대의 이리야마 아키에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샤프가 발표한 모든 계획은 지금까지 회사 측이 실행해온 내용을 확대한 정도"라며 "회생을 위한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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