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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정 붕괴 가시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조기총선 요구<br>PDL 소속장관 5명 사퇴 하루만에

지난 4월 힘겹게 출범한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반 년도 못 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 연정에 참여한 중도우파 자유국민당(PDL) 소속 장관 5명이 28일(현지시간) 내각을 사퇴한 데 이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사진) 전 총리가 29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베를루스코니는 그의 77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나폴리에 운집한 지지자들에게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가능한 빨리 조기 총선을 여는 것이며 모든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PDL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부 장관 등 PDL 소속 장관 5명은 "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민주당(PD)이 당초 약속을 깨고 부가가치세 인상을 추진하려 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외신들과 이탈리아 정치권은 이는 표면상 이유이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세금 횡령 혐의로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데 대한 반발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현재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와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PDL 측의 일방적인 결별통보를 비난하며 새 연정 파트너 등 재선거를 피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원내 제2당인 PDL과의 연정이 파국을 맞았고 제3당인 오성운동은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하야와 총선 실시 주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외 정당은 강성우파 북부동맹과 군소 극좌·극우 세력들로 연정을 구성해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다만 FT는 이번에 사퇴를 결심한 PDL 장관 가운데 몇몇은 총선 실시에 반대하고 있으며 오성운동 측 국회의원 일부도 내심 레타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해 재선거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말 총선 실시는 이탈리아에서는 전례 없던 일이며 정부는 당장 2014회계연도(2014년 1~12월) 예산안을 다음달 중순 내로 확정해 유럽연합(EU)에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정정불안이 재차 불거지면서 간신히 회복기에 접어든 유로존 경제가 또다시 주저앉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 규모는 현재 2조1,000억유로(약 3,176조원) 정도로 미국·일본에 이어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많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7일 기준 4.414%로 26~27일간 무려 17.8bp나 급등한 상태다.

한편 FT에 따르면 레타 총리는 30일이나 다음달 1일 의회에 출석, 연설을 통해 현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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