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주가지수에 베팅하는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ㆍ일본 등 아시아권 증시의 주가지수를 내걸고 불법 베팅을 일삼는 도박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A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한국의 코스피지수와 코스닥 지수를 비롯해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 홍콩항셍지수, 대만 자취앤지수, 일본 닛케이 지수 등 아시아권 증시의 흐름을 불법 베팅의 재료로 이용하고 있다.
사이트 운영자가 거래당일 코스피지수의 상승 또는 하락폭(포인트)을 미리 정해 놓으면 참가자들이 오후 2시까지 베팅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장 개장 이후 코스피지수가 종가기준으로 전거래일보다 ‘5포인트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정해놓을 경우 그 이상 오를 것에 베팅한 참가자의 경우 실제로 종가가 설정지수 이상을 기록하면 베팅 금액의 1.85배를 받는다.
하지만 맞추지 못했을 땐 베팅금액을 모두 날리게 된다. 베팅금액은 각국 지수당 최저 5,000원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가능하다. 현재 이 사이트는 전세계 스포츠경기와 온라인게임을 제외하고 주가지수와 관련해서만 8개의 베팅이 가능하다.
특히 이 사이트는 일반 도박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채로 수시로 주소를 옮기고 있다.
사이트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에서 회원가입도 쉽지 않다. 주민등록번호와 은행계좌 등은 물론이고 특히 가입 단계부터 ‘추천인’의 확인이 없으면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다. 철저히 온라인 점조직 형태를 띠고 있는 셈이다.
이 사이트에서 수 백만원을 잃었다는 A씨는 “장중에 엄청난 금액의 베팅이 오간다”며 “이 같은 주가지수를 활용한 불법 도박사이트가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사이트 말고도 일부 도박 사이트들은 코스피지수 끝자리 맞추기에 베팅을 하도록 하는 일명 ‘지수 홀짝 맞추기’를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지수 종가가 짝수로 끝나느냐 홀수로 끝나느냐에 돈을 거는 셈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남자 프로배구의 승부조작이 결국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온라인도박이 바카라나 블랙잭 등 정통카지노는 물론이고 스포츠와 온라인게임에 이어 주가지수로까지 확산돼 베팅을 걸 수 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주가지수를 활용한 신종 불법 도박이 성행하고 있지만 관련 기관은 존재 자체도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가지수를 이용해 도박을 벌이는 온라인 사이트가 있을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며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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