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무부는 넴초프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11시40분께 우크라이나 출신 24세 여성과 함께 크렘린궁 인근의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를 걷던 중 지나가던 차량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반정부 성향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 후 붉은광장 인근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나온 뒤 자신의 집으로 걸어가던 중 암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수사위원회 측은 국내 정치혼란 조장을 위한 도발, 개인적 원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소행 등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넴초프 전 부총리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 제1부총리를 지냈고 2008년부터 야권 운동단체 '솔리다르노스티(연대)'를 이끌며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부패와 실정을 비판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경제난에 대해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넴초프는 암살 직전 푸틴 정부의 부정부패 폭로 문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의 암살에 푸틴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넴초프의 변호사는 사건 동기가 넴초프의 반정부 정치활동이라며 "그는 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권 분쟁일 수 없고 개인적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넴초프의 암살 소식이 전해진 후 현장에는 그를 추모하는 지지자들이 운집했으며 야권은 1일 예정했던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넴초프 추모 집회로 바꿔 열었다. 러시아 야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언제든 암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의 위협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출신의 반정부 인사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러시아 역사에 또 하나의 끔찍한 페이지가 돌아왔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 정부의 언론을 동원한 선전전에 고무된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국영방송들이 러시아 스스로를 서방 국가들에 의해 박해 받는 피해자의 위치에 놓으면서 정부에 반대하는 야권 인사들을 '국가반역자'처럼 간주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이는 더욱 과격해졌다고 전했다. 이에 자극 받은 극우집단들은 넴초프를 빈번히 '반역자' 명단에 포함시켰으며 이들에 의해 언제든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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