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이 24일(현지시간) 보수연정 구성을 최종 마무리 지었다. 이날 양측은 귀도 베스터벨레(사진) 자민당 당수를 차기 부총리 겸 외무장관으로 전격 지명하고, 가장 관심이 모아진 재무장관에는 볼프강 쇼이블레 현 내무장관을 기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쇼이블레 장관은 독일 하원의원 가운데 최다선(11선)으로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서독 내무장관 신분으로 통일조약에 서명한 바 있는 기민당의 원로 정치인이다. 24일 독일 언론들은 지난달 27일 총선승리 이후 한 달여 가까운 협상 끝에 기민당 중심의 독일 연립정권이 마침내 차기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새로운 연정파트너인 기사당ㆍ자민당과 함께 이르면 25일 집권 2기 정부를 공식출범시킬 예정이다. 먼저 연립정권은 정당간 입장이 엇갈렸던 사항인 세금문제와 관련, 감세규모를 향후 4년간 240억유로로 책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총선 당시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서민층 지원을 위해 150억유로의 세금감면을 공약으로 내건 반면, 자민당은 소득세ㆍ법인세 등의 전반적인 인하를 통해 350억유로의 감세를 약속했었다. 세금감면은 주로 저소득층과 중산층, 자녀가 있는 가구들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세금문제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비교적 쉽게 합의가 이뤄졌다.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총선 공약인 '원자력발전소 가동시한 연장'을 추진하기 위해 2021년까지 원전 17기의 가동을 모두 중단하기로 한 대연정 시절의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또한 공공의료보험 개혁에서도 큰 틀의 합의를 이뤘으며, 자녀양육 지원금도 인상하기로 의견을 일치했다. 외교분야에서는 독일의 독자적 입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차기 부총리겸 외무장관으로 지명된 귀도 베스터벨레 자민당 당수는 이날 "독일에 배치돼 있는 150기 미국 핵탄두의 철수 방침을 기존 입장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현 4,200여명의 파병병력을 철수하기 위해 아프간 정부에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미국과의 마찰을 예고했다. 다만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가입을 반대하지는 않기로 했다. 현 정부는 EU와 터키의 협상 결과를 따르되 만약 EU가 가입을 거부하면 터키에 준회원격인 '특별동반자 관계'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좋은 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새 연정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문제들을 용감하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자민당 당수도 "(이번 합의가) 독일을 위한 위대한 나침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날 독일 언론들이 보도한 연립정권의 차기 내각에 참여할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차기 총리는 예정대로 기민당 당수인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연정 소수 파트너인 자민당의 귀도 베스터벨레 당수가 맡게 됐다. 또한 재무장관에는 볼프강 쇼이블레 현 내무장관이, 내무장관에는 토마스 드 메지에르 현 총리 비서실장이, 칼-테오도르 추 구텐베르크 현 경제장관은 국방부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보건장관으로는 자민당 소속의 베트남계 정치인 필립 뢰슬러가 유력하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독일로 입양된 그는 독일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장관이자 최연소(36) 각료로 기록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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