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세계 금융시장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탄소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세계적 헤지펀드 회사인 맨그룹이 ‘새로운 놀이터’라고 명명한 탄소시장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상품화해 거래하는 특수한 시장을 말한다. 산은 당국자는 26일 이번주에 있을 산업자원부가 탄소 배출권을 펀드화한 상품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증권ㆍ자산운용사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최대 2,000억원을 조성, ‘탄소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을 준비 중”이라며 “조성규모는 당초 정부가 밝힌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탄소펀드는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펀드를 조성한 후 온실가스 저감장치를 만드는 기업주식을 사거나 기업이 가진 온실가스 배출권을 매매해서 수익을 내는 신종펀드다. 또 수익을 내는 다른 탄소펀드에 분산투자하기도 한다. 산은은 탄소펀드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고 리스크가 높지만 국책은행으로서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차원에서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또 이날 ‘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따른 탄소펀드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사들의 탄소시장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탄소시장 진출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는다면 해외기관에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5월 온실가스 배출감소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기 위해 향후 5년간 30억달러를 탄소 배출권 구입에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ㆍ도이체방크 등의 투자은행(IB)들도 사모펀드 조성과 해외 탄소펀드 지분 매입 등을 통해 탄소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탄소펀드는 38개, 총 25억달러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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