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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빠진 코스닥 구하기
입력2003-03-23 00:00:00
수정
2003.03.23 00:00:00
코스닥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벤처산업의 절망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폭락하고 시가총액이 불과 2년 사이에 3분의1이나 줄어든 35조원에 불과한 지금 거래소와의 통합론은 물론 존폐론까지 나오고 있다. 신성장산업의 직접금융을 도와준다는 당초의 기대는 간 곳 없다. 이런 코스닥시장을 두고 전문가들이 내린 처방은 대개 비슷하다.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으니까 등록 및 퇴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개인위주의 투기적 시장에서 기관위주의 투자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왜 이렇게 됐는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투명성과 도덕성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그러면 본래 코스닥등록 기업이나 기업주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전자는 아닐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선천적 인자설을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래 코스닥시장은 신성장산업의 직접금융 배분을 위해 만들어졌다. 정보통신혁명으로 촉발된 뉴비즈니스들의 변화된 직접금융수요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증권거래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변화된 수요자의 니스를 탄력 있게 받아들이려다 보니 주식회사 형태를 취했다.
증권거래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시장경쟁과 원리에 맞춰 육성하려는 의도를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의 코스닥시장은 수요자의 니스를 신속히 받아들이는 시장이 아니다. 주식회사이되 실질적 지배자는 정부이고 증권거래업은 사실상 정부의 독점산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코스닥시장의 문제는 우선 정체성의 훼손을 들 수 있다. 당초 정부는 벤처기업이면 업종에 관계없이 모두 특례기준을 둬 등록에 특혜를 줬다. 건설이든 유통이든, 정보기술(IT)이든 생명기술(BT)이든 같은 기준에 맞춰 등록시킨 것이다.
그 결과 코스닥에서 지속적으로 직접금융조달이 가능한 수익모델을 가진 기업보다는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대거 등록됐다.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퇴출압력을 받게 되고 유통시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이런 유통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행시장을 규제함으로써 손쉽게 해결하려 했다. 발행시장 등록요건이 자꾸 외형적인 것으로 강화되자 정통적 의미의 신산업의 등록이 여간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기업 인수후개발(A&D)이나 인수합병(M&A) 같은 방법을 통한 등록은 생각조차 어려워졌다. 코스닥시장이 어떤 시장인지 분간이 어려워졌고 같은 값이면 코스닥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없게 됐다.
성격이 맞지 않아 떠나는 기업을 향해 애타게 호소하는 것이 급하고 신산업에 대한 프리코스닥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차선의 문제가 되는 그런 시장이 됐다.
둘째, 규제가 매우 거칠고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일관성 있게 시장의 비전을 만들어가기보다 문제가 발생하면 희생양을 구하는 식의 규제가 시장의 수요자를 멍들게 한다. 보호예수제도(Lock-up)는 참으로 유용한 제도다. 그러나 벤처캐피털만 못 파는 것으로 한동안 시행된 것이 우리나라다.
그 동안에 벤처캐피털산업은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 대주주지분 변동제한도 마찬가지다.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원천봉쇄해 그동안 코스닥등록을 준비하는 기업은 큰 고초를 겪었다. 문제가 생기면 온갖 정부부처를 찾아다니면서 읍소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는 수요자의 니스를 받아들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물론 작금의 코스닥시장 추락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된 것이다. 경기악화 외에 국제정세의 불안도 있을 수 있고 한탕주의, 대주주 전횡, 기업의 경쟁력 약화 등의 고질적 병폐에서도 오는 바도 크다. 그러나 문제가 복잡할수록 실마리를 어떻게 무엇부터 풀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정체성을 잃으면 그 규제는 실패한다.
결국 시장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시장의 니스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장의 관리와 운영이 필요한데 그것은 정부보다는 코스닥시장에 맡기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코스닥시장이 증권거래산업으로서의 효율성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확보해가기 위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뉴비즈니스 신화는 나스닥으로 상징되는 효율적 증권거래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했고 미국 경제의 활력은 이런 뉴비즈니스로부터 온다. 코스닥의 효율성만큼만 우리의 신성장산업도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코스닥시장을 거래소시장보다 하위 개념의 시장으로 다뤄서는 안될 것이다.
<이부호<한국벤터캐피탈협회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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