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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찾은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메디포스트(078160)의 '셀트리 제대혈 은행'. 높이 1.5m, 지름 1.1m 크기의 제대혈 보관 탱크 90개가 늘어선 보관소 안에선 2명의 연구원이 각 탱크 외부 모니터에 표시된 온도와 액체질소 양을 점검하고 있었다. 각 탱크의 온도는 영하 196℃, 액체질소 양은 810ℓ를 가리키고 있었다. 연구원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자동 모니터링 결과는 10분마다 연구소로 전송되고 이상이 생긴 경우 경보음이 울린다. 탱크별로 일일이 질소를 충전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중앙 통제식 자동 질소 충전 시스템도 갖췄다. 은빛 탱크의 뚜껑을 열자 수면 아래 잠겨 있는 약 2,600개의 제대혈 유닛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총 20만여명의 신생아의 탯줄에서 채취한 제대혈이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세포로 분리돼 이곳 저장소에 보관중이다.
줄기세포분야 국내 1위인 메디포스트는 서울 서초동에 있던 임대 사옥에서 벗어나 지난해 11월 판교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지상 10층, 지하 4층 규모로 지난해 준공된 신사옥 지하 1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첨단 설비를 갖춘 '셀트리 제대혈 은행'이 자리 잡고 있다. 특수무진동차량을 동원해 제대혈을 일일이 신사옥으로 옮기는 데만 열흘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보관소 앞에는 전시·체험 공간을 마련해 신생아의 탯줄에서 채취한 제대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물론 국내외 제대혈은행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몄다. 고객정보를 입력하면 전시장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저장소에 보관된 제대혈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에는 보관소 내 제대혈의 위치와 함께 해동할 경우 얼마나 많은 세포를 살려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세포생존도, 제대혈 내 백혈구 수 등이 표시됐다.
메디포스트는 이 전시공간에 '마더스 라운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백혈병, 뇌성마비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제대혈의 유용성을 일반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가 각별하게 신경을 쓴 공간이다. 서비스 출시 이후 15년이 흐른 올 하반기부터는 처음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고객들이 나오는 만큼 기존 고객들이 마더스 라운지에서 제대혈의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계약도 연장할 수 있도록 전시·체험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또 이에 맞춰 지난달에는 15년형, 20년형, 평생형 외에 30년형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계약 연장에 따르는 추가 혜택도 마련했다.
양 대표는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약 900여개 제대혈이 치료 목적으로 이식됐고 매년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제대혈을 보관하는 신생아는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되지 않아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줄기세포 연골 치료제 카티스템 시술 실적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해외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며 "제대혈 분야 역시 지난해말부터 영업실적이 크게 늘고 있는데다 제대혈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의료계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어 본격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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