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중국으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무역 1조달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의 경제사 동안 우리의 주요 수출 파트너는 산업고도화와 세계경제 흐름에 따라 얼굴을 바꿔왔다. 지난 1970년 137개국이던 수출 대상국이 올해 232개국으로 무려 100개국가량 늘어났다. 2003년 중국은 줄곧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미국을 처음으로 제쳤고 이 후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며 수출에 근간을 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2010년 기준 중국과 대만ㆍ홍콩을 합하면 수출액이 총 1,569억6,2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7%에 달한다. 우리 수출의 3분의1을 중화권에서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2000년만 해도 10.7%에 불과했지만 2006년 21.3%로 6년 만에 두 배가량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 비중은 크게 감소하며 대중수출 의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70년대 초만 해도 우리 수출에서는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1970년 대미수출 비중은 47.3%로 절반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후 대미수출 비중은 1980년 26.3%, 2010년 10.7%까지 줄어들었다. 대미수출이 줄어든 것은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낮은 생산비용을 바탕으로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데다 국내 제조업의 대외생산 비중이 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미국의 구매력이 약해진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대 수출국뿐 아니라 10대 주요 수출국에도 반세기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네덜란드ㆍ스웨덴ㆍ프랑스ㆍ영국 등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들은 1970년~1990년대까지 우리 10대 수출국에 자주 이름을 올렸지만 2000년대 들어 대부분 사라졌다. 2011년 현재 여전히 우리의 10대 수출국에 포함된 유럽 국가는 독일 하나뿐이다. 대신 인도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세계경제의 패권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넘어오며 이들 국가가 우리의 주요 수출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남미의 브라질에 10월까지 103억9,600만달러(2.3%)를 수출해 10대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주요 수입국은 수출국보다 변화의 폭이 작았다. 2000년대 들어 최대 수입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원유수입을 100%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현실 때문에 10대 수입국의 절반은 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이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수입시장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시장의 경우 1월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유럽 경제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내수시장 불황으로 수출전망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라며 "다만 2000년대 들어 매년 크게 벌어지던 중국과의 수출액 차이가 다소 좁혀질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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