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등 잇단 악재로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아모레글로벌이 올 들어 82%가량 오르면서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한해운은 해운업황 부진 속에 90% 가까이 추락하며 최악의 해를 보냈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의 주가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아모레글로벌이 82.68% 오르면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아모레글로벌은 올 초 24만8,000원에서 현재 45만3,500원까지 뛰어오른 상태다.
한국가스공사도 70.66% 오르면서 상승률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오리온(59.09%)과 CJ(55.84%), 한전KPS(49.14%), 맥쿼리인프라(45.53%), SK(41.49%), 대우인터내셔널(40.60%)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해운과 건설업종은 최악의 해를 보냈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말 3만원대던 주가가 4.190원까지 떨어지며 86.55%의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동양건설(-85.35%)과 남광토건(-83.43%), 진흥기업(-74.91%), 벽산건설(-71.76%) 등 다른 건설주들도 하락률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GS건설(-39.01%)과 엔씨소프트(-50.83%), 만도(-36.23%), 한국항공우주(-34.69%)도 30% 이상 떨어졌다.
시총 10위권 이내 종목 가운데서는 단연 삼성전자가 으뜸이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3,802억8,000만원)과 기관(1조5,488억700만원)의 '쌍끌이' 매수 속에 올 들어 36.48%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217조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생명(19.53%)과 한국전력(14.74%)도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자동차(4.71%)와 LG화학(4.38%), 현대모비스(0.51%)는 코스피지수 상승률(8.58%)에 못 미쳤고 현대중공업(-7.16%)과 포스코(-6.91%), 기아자동차(-13.08%), 신한지주(-2.15%)는 되레 뒷걸음질을 쳤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종목 가운데서는 유니모씨앤씨가 713.02% 오르면서 상승률 1위에 올랐다. 범양건양은 2,472.11%나 오르기는 했으나 대규모 자본감소(감자)에 따른 착시현상이어서 큰 의미는 없는 상황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반적인 증시는 좋지 않았지만 아모레글로벌과 오리온 등 중국에서 실적이 급신장하는 화장품ㆍ음식료업체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고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해 증시의 승자로 기록되게 됐다"며 "반면 해운과 건설 관련 종목들은 극심한 불황 여파로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는 24일 현재 1,981.42포인트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1,825.14)보다 8.58% 올랐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11%가량 하락한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일단 상승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외국인이 17조원가량을 사들이며 증시 흐름을 주도했다. 이는 2010년(21조5,732억원)과 2009년(32조3,865억원)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지만 국내 자금 유입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그나마 외국인 자금 덕분에 증시는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4월3일 2,049.28포인트까지 오르면서 올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7월25일에는 1,769.31포인트까지 밀리기도 했다. 최고치와 최저치 차이는 15.82%였다.
개인 등 국내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부진하면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에 그치며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증시에서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대통령선거 등 정치 일정과 관련해 테마주들은 극성을 부렸다. 실제로 안철수 테마종목으로 꼽히는 써니전자의 경우 올 초 397원이던 주가가 8월 한때 1만원선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대선 약발이 다하면서 현재는 1,450원까지 하락했다.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도 1월2일 각각 497원, 772원으로 시작해 한때 3,000~4,000원선까지 뛰었으나 현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상태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외국인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투신과 개인 등 국내 투자자들은 대체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증시가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들만 오르고 나머지 종목들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는 단 27개사로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투자자들이 신규 상장회사를 외면하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도 하향 추세를 보이며 전체 27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개사가 공모가 밑을 맴돌고 있다. 올해 새내기주 가운데 공모가 대비 가장 크게 하락한 종목은 엠씨넥스로 48.40% 하락했다. 반면 사람인에이치알은 171.00% 치솟으며 새내기주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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