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편의점에서 음식물을 훔치던 20대 흑인 절도 용의자가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칼을 들고 "총을 쏴라. 나를 죽여라"라고 위협하는 흑인 청년을 향해 경찰이 발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퍼거슨시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지 열흘 만에 또다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성난 시민들은 사건 직후 편의점 주위로 모여들어 "총을 쏘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력히 반발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건은 퍼거슨시 사건과 직접 연관돼 있지 않지만 유색인종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에 따른 대중의 분노가 촉발될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9일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는 매일 흑인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현재까지 현장 취재기자가 11명 이상 체포되자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 총격사건에 대한 흑인사회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한 대런 윌슨 경관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20일 CNN에 따르면 윌슨 지지자들은 17일에 이어 이번주 말에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앞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인트루이스 시내에서 시위를 벌였던 윌슨 지지자들은 이번주 말 일리노이와 미주리를 연결하는 다리 위에서 시위를 할 계획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윌슨을 지지하는 홈페이지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9일 사건발생 직후 개설된 '서포트 대런 윌슨' 홈페이지는 2만9,000명으로 부터 '좋아요'를 받았으며 15일 만들어진 또 다른 홈페이지에는 3만3,000명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백인 경찰에게 전달하기 위한 모금도 진행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경찰 가족들을 중심으로 19일까지 900명이 총 3만3,000달러를 후원했다.
백인 경찰 지지자들은 그에게 유리한 증언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자신을 조시라고 밝힌 한 시민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흑인 소년이 갑자기 전속력으로 경찰한테 달려들었다"며 "발포했음에도 계속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는 흑인 소년이 손을 들고 있었다는 일부 진술과 배치되는 말이다.
소요가 심상치 않게 확산되자 사태를 수습하려는 미국 정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첫 흑인 법무장관이자 인권운동가인 에릭 홀더 장관을 현장에 급파했다. 홀더 장관은 현지 경찰과 공조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만나 수사상황을 살펴볼 계획이다. 미주리주 대배심은 20일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돌입해 경찰 진술과 목격자 증언 등을 청취한 뒤 윌슨 경관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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