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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로펌 성공시대] <17> 법무법인 화현

기술유출 등 기업위기 자문 능력 탁월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등 맡아

기업 안전사고 부문서도 정평

김태용(오른쪽)·정근화 법무법인 화현 대표변호사가 서울 반포동 사무실에서 화현을 기업 법무 분야의 독보적인 로펌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화현은 고객 밀착서비스로 기술유출·안전사고 등 위기대응 사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권욱기자

반도체설비자재 제조업체인 T사는 지난 2010년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고순도의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통합형 가스집적공급장치(IGS)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15년간 60억여원을 투자한 결과물이었다. 기존 가스 공급장치보다 고도로 집적화된 기술이라 개발 직후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첫 해에만 2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쟁회사인 I사는 T사 제품이 각광받는 것을 보고 독자적으로 IGS 개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I사는 결국 T사의 기술을 빼오기로 마음먹고 T사 IGS 연구 총괄자인 이모씨와 몰래 접촉해 그를 스카우트했다.

이씨는 2010년 5월 T사를 퇴사하면서 IGS 관련 도면 등을 빼내 왔고 I사는 이를 바탕으로 2011년 T사와 거의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

T사는 이씨와 I사 관계자를 고소하는 한편 법무법인 화현에 도움을 청했다. 화현은 사건 수사 단계부터 경찰이나 검찰과 함께 이씨 범행의 꼬리를 잡는데 적극 나섰다. T사로 하여금 I사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접촉했던 거래처를 비롯해 I사가 IGS 제품을 시연한 전시회 등에서 I사 제품 정보를 수집하도록 조언했다. 이후 I사 제품과 T사 제품의 유사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I사는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품처럼 보이기 위해 T사 제품에서 여러 요소를 바꿨지만 화현은 미처 바꾸지 못했던 부분들을 잡아냈다.

화현의 도움에 힘입어 수사당국은 이씨와 I사의 범죄사실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I사는 IGS 사업을 포기하는 한편 T사 피해에 대해 변제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씨도 2012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등 T사는 뒤늦게나마 기술유출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2001년 문을 연 화현은 기업 법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강소로펌이다. 화현은 중소로펌으로는 드물게 부동산과 건설, 금융, 조세, 지식재산, 방송통신, 행정에서 인수·합병 분야까지 기업과 관련된 모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플래닛과 SK마케팅앤컴퍼니의 분할합병 거래와 SK텔레콤 사옥매각, 코오롱의 캠브리지 인수 등 굵직한 사업들이 화현의 손을 거쳤다.

화현의 진정한 강점은 넓은 업무 영역보다 '고객 기업이 바로 나의 회사'라는 정신으로 고도의 밀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기업의 명운이 달린 기술 유출과 안전사고 등 위기대응 사례에서 빛을 발한다. T사의 사례에서 기술 유출자의 혐의를 성공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던 것도 화현이 사건 초기부터 증거 수집과 사실관계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화현은 붕괴와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기업들이 앞다퉈 찾는 로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당시 경기도의 요청을 받아 위기 대응 관련 자문을 수행했다. 김태용(52) 화현 대표변호사는 "사고 사실이 거론되는 것을 꺼려하는 고객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위기대응 수습 사례를 일일이 밝힐 수는 없으나 대형 안전사고 수습을 맡았던 사례만 해도 손으로 다 꼽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그는 "기업 실무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고 기업으로부터 '로펌이 이렇게까지 해주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사고 수습에 나서는 게 비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가령 어떤 고객 기업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변호사들이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며칠이고 기업 관계자와 밤을 새우며 법적 문제에 대한 자문부터 내부 정책결정, 언론대응, 향후 제도 개선까지 함께 고민한다"고 전했다.

화현의 위기대응 능력은 부동산 매각 사례에서도 돋보였다. 화현은 S그룹을 도와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 건물의 대장과 등기부 안에 기재된 면적과 명칭 등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수자 쪽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건물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했고 S사는 연내에 사옥을 매각한다 계획이 어그러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부동산 관할구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구청은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화현은 20년 전 건축 당시의 설계도를 들고 건축사무소를 찾아가는 한편 밤낮없이 각종 대장과 서류를 검토한 끝에 공용면적으로 잡혀야 할 부동산이 전유면적으로 기록돼 오류가 일어났음을 밝혀냈다. 화현의 노력으로 대장과 등기부가 재정비됐고 S그룹의 사옥 매각은 기한 내에 차질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정근화(51) 화현 대표변호사는 "화현은 짧은 역사와 크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SK와 한화, 코오롱, 우리은행,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주요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어떤 기업이든 화현을 파트너로 삼고 싶을 정도로 기업 법무 분야에서 무한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로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근화 대표변호사는

△1964년 서울 △경희고, 서울대 법대 △사시 27회(사법연수원 17기) △1991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1997년 미국변호사 △1997년 법무법인 두우 △1999년 SBS 자문변호사 △2001년 법무법인 화현 대표 △2009년 국토해양부 법률고문





●김태용 대표변호사는

△1963년 서울 △경신고, 서울대 법대 △사시 29회(사법연수원 19기) △1993년 부산지법 판사 △2002년 서울고법 판사 △2005년 김태용 법률사무소 △2005년 한화그룹 법무실 △2009년 한화그룹 법무팀장 △2013년 법무법인 화현



가족같은 분위기… 다른 로펌으로 이직률 '0'

체계적 교육으로 기업에 신뢰 높아

법무법인 화현은 구성원의 '충성도'가 높은 로펌으로 유명하다. 변호사들의 이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2001년 출범 이래 화현에 입사했다가 나간 변호사는 단 3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교수, 기업체 부사장, 국선변호사 등으로 변신한 것이라 화현과 궁합이 맞지 않거나 싫어서 다른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는 아직 없다. 여기에 대표변호사와 고문변호사를 제외한 20여명의 일반 변호사들은 모두 화현이 첫 직장인 이른바 '프랜차이즈 멤버'다.

김태용 화현 대표변호사는 높은 충성도의 비결로 가족적인 분위기를 첫손에 꼽았다. 김 대표는 "대표변호사부터 막내 변호사까지 서로 칸막이가 없으며 회사 동료를 넘어 끈끈한 친구 같은 분위기에서 일한다"고 전했다. 정근화 대표변호사는 호칭도 '대표님'이 아닌 '변호사님'으로 통한다고 한다.

까마득한 선배인 대표변호사는 후배 입장에서 어려울 법도 하지만 오윤경·강인엽·박상현 변호사는 "워낙 수평적인 분위기라 어려울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변호사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전적인 교육도 충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정 대표는 "새로 변호사가 들어오면 선배 변호사들이 기업 법무의 이론과 실제에 대해 밀도 있게 가르친다"며 "이러한 교육 시스템 때문에 변호사 사관학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회사 내부의 가족 같은 분위기는 화현 특유의 업무스타일과도 상통한다. 화현은 고객 기업들과 사무적인 관계를 넘어 기업의 모든 고민을 터놓고 얘기하는 인간적인 관계를 쌓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오 변호사는 "기업에서 질문서 하나를 받아도 항상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런 고민을 하기까지 어떤 내부 사정이 있었는지, 다른 고민사항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며 "이렇게 하면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문제를 훨씬 밀도 있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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