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풀어라" 등떠밀기 고육책

"은행 돈풀어라" 등떠밀기 고육책

정부 '자금시장 안정대책'

정부가 8일 내놓은 자금시장 대책은 11ㆍ3 부실판정에서 회생분류된 235개 기업의 자금지원에 초점이 모아진다. 몸을 추스리지 못한 투신ㆍ뮤추얼펀드 대신 자금시장의 보루인 은행을 통한 자금공급에 중점을 두었다.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개념을 도입, 회사채 발행능력이 없는 기업의 신규 대출을 쉽게 하겠다는게 세부 방안이다.

◇시장대책 왜 나왔나

현 금융시장에는 ▦자금공급처 기능실종 ▦잠재불안 요소에 따른 주식매수의욕실종 ▦정책 당국자의 선제적 대응실종 등 '3무(無)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투신ㆍ종금 등 2금융권 기능마비 속에서 기업자금 공급 보루인 은행마저 BIS비율 관리를 위해 국공채에만 무차별적으로 투자, '저금리속 빈곤'이란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결산을 앞둔 연말을 앞두고 심화돼 은행권은 수출환어음 등 신규대출을 옥죈채 위험자산(대출)회수에 일제히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채권시장도 마비상태다. 한국은행 발표에서 보듯, 정부가 억지로 자금을 돌리기 위해 발행한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가 1조원에 달하는데도, 회사채시장은 고사되고 있다. 11월중 회사채 발행량은 7,526억원ㆍCP(기업어음) 발행량은 8,400억원이 감소했다.

이달 남은 7조8,000억원 회사채 만기중 2조2,000억원은 만기연장이 불투명하다. 기업퇴출에도 불구, 기업간 금리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3개월만 넘기자

정부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이 같은 마찰적 불안상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3대 잠복 불안요인인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 ▦대우차 매각 ▦현대투신 외자유치 등이 매끄럽게 넘어가기만을 기다린다.

8일 대책들도 사실 마찰적 현상을 극복키 위한 임기응변식 대처다. 방안은 크게 세 줄기, ▦CLO도입 ▦2차 채권펀드10조 조기조성 및 연내 프라이머리CBO 2조발행 ▦235개 회생기업 지원 방안이다. 핵심은 CLO다.

담보채권을 SPC(특수목적회사)에 매각하면 ABS를 발행, 자금을 조달하고 SPC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50%까지 부분보증하는 등의 시스템은 종전 CBO와 같다. 편입채권이 회사채에서 기업여신, 즉 대출채권으로 바뀐 것 뿐이다.

그러나 기대효과측면에서는 완전 다르다. 정부는 CBO가 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에 그쳤던 반면 CLO는 실여신을 고리로 하기 때문에 신규대출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CLO가 회사채 발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빠진 기업들을 다수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235개 기업의 회생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여기에 235개기업에 대해 은행의 팔목을 비틀어서라도 여신회수를 중단시키겠다는 각오도 간접적으로 비추었다.

◇이젠 장기대책 세울 때

정부도 인정하듯, 이번 대책은 단기복안이다. 이젠 장기적 관점의 경제정책을 차분히 그리고, 선제적으로 세울때다. 금융전문가들은 구조조정 과정속에서 '마찰적 시장불안'은 예상됐던 것이라며 정부가 임기응변식 대책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대신 잠재불안 요인들이 터지지 않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정책'을 버리고, 과감하게 선제적 정책을 펴야하며 이 과정에서 투신ㆍ종금 등 이른바 '잃어버린 마켓플레이어'를 신속 복원하는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