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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칼럼] 부동산본위 경제의 덫

경제사정이 어렵다보니 별의별 주장과 논쟁이 다 벌어지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고소득층이 지갑을 닫고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중산층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지나친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비슷한 경우이다. 말하자면 주택거래가 안되니까 주택건설이 부진하고 이삿짐 센터, 도배업자와 같은 관련업계의 일거리가 없어져 경제가 어렵다는 식이다. 이 같은 다양한 주장과 진단은 전부는 아니라도 부분적으로 경제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진실이라 해도 이 같은 주장에는 원인과 증상이 혼재돼 있어 마땅한 대책을 찾는데는 별 도움이 안될 것 같다. 과도한 가계부채가 소비위축 주범 가령 부자들이 과연 지출을 줄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는 하지만 설사 소비가 줄었다고 해도 소비행태가 보다 합리적으로 바뀌었다면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투기바람과 함께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멀쩡한 아파트 내부를 뜯어내고 값비싼 자재로 리모델링하는 것은 소비증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과연 생산적인 행위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멀쩡한 잔디밭을 밟아 뭉갠 다음 다시 정원을 꾸미면 국민소득은 올라가지만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재산을 불태우는 인디언의 ‘기름축체’ 처럼 어리석은 짓이기도 한 것이다. 당면 경제난의 뿌리가 소비부진에 있다면 단편적인 사실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좀더 큰 시각에서 소비가 안되는 원인을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거시적으로 우선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소비부진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진단은 역시 경기순환적인 측면과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경기순환적인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므로 문제가 되는 것은 구조적인 요인이다. 고용불안,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치 하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지적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과도한 가계부채와 이로 인한 상환능력의 약화가 꼽힌다. 알려진 대로 국내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9년 240조원에서 불과 5년새 500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민소득은 10년 가까이 1만달러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데 빚이 이렇게 급증했는데도 문제가 안 생기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가구소득의 4분의1 이상이 부채상환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소비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부채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난감하다. 지난 몇 년간 늘어난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주택구입에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투기바람으로 아파트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은행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한 것은 적어도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부동산 불패신화 깨져야 경제회복 문제는 부동산가격이 한없이 치솟는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구입이 개인적으로는 얼마든지 합리적인 투자행위라 해도 경제전체로는 장기간의 부동산 투기열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불과 몇 %만 참여하는 부동산투기 경쟁이 낳는 부작용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아무리 수익성이 좋다고 해도 은행돈이 무한정 부동산에 흘러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오랜 기간 고도성장과 부동산 불패 신화 속에서 살아오면서 부동산은 경제사정을 나타내는 최고의 잣대처럼 각인돼버렸다. 부동산이 오르면 웃고 내리면 불안한 부동산본위경제가 형성된 것이다. 부동산본위경제가 안고 있는 위험성은 일본의 장기불황이 잘 말해준다. 다행히 부동산 거품이 크지 않아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성은 적다고 한다. 그러나 당면 경제난의 근본 원인인 소비위축은 따지고 보면 귀중한 금융자산을 과도하게 부동산에 투자한 대가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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