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12로 젖혀갈 때 흑13으로 귀를 지킨 수순은 절대라고 볼 수 있다. 백14로 한 방 얻어맞는 것이 아프기는 하지만 흑17로 끊는 것이 흑의 권리가 되므로 억울할 것도 없다. 흑23까지가 정석이다. "최근에 지겨울 정도로 많이 쓰이는 정석입니다."(목진석) 정석에도 유행이 있다. 고수들의 실전에 등장한 패턴은 청소년 기사들의 좋은 연구 자료가 된다. 그들은 고수가 고심하면서 엮어낸 수순들의 필연성을 확인하면서 그것들을 뇌리에 새긴다. 정석은 끊임없이 진화하므로 게으른 사람은 최신형 신개발 정석을 체크하지 못한 채 대국장에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게 된다. 프로기사는 부지런해야 살아남는 직업이다. 흑23으로 참고도1의 흑1에 두고도 싶지만 그것은 과욕이다. 백2 이하 6으로 움직일 때 대책이 없어진다. 백24로 붙인 이 수가 서반의 이채였다. "미리 연구해둔 수로 보입니다."(김영삼) 거의 노타임으로 둔 것을 보면 평소에 연구해둔 수가 틀림없을 것이다. 이 수로 참고도2의 백1에 두면 흑은 무조건 2로 둘 것이다. 흑2가 놓이면 백대마 전체의 사활이 위협받는 동시에 우하귀 일대의 흑진이 입체적으로 부풀게 된다. 그러므로 백은 어떤 식으로든 우변을 단속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그냥 지키기가 싫어서 실전보의 백24로 응수를 물은 것이다. 흑의 응수에 따라 지키는 방식을 선택할 작정이다. 일단 구리가 먼저 능동적으로 나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