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비롯한 일본 수도권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계획정전(제한송전)이 올 겨울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폐기처분이 결정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외에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됨에 따라 여름과 겨울철에 크게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한송전이 수도권 경제는 물론 일본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제한송전 조치가 4월 말로 끝난다면 오는 7~9월 쯤에는 일본경제가 피해복구로 인해 플러스 성장으로 회복될 수 있겠지만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2011년 연중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도쿄전력 간부의 말을 인용, 수도권 각지에 대한 전력공급을 시간대별로 중단하는 제한송전이 올 여름과 겨울에도 시행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히로노화력발전소와 이바라키(茨城)현 소재 히타치나카 화력발전소 등 대형 화력발전소의 설비 및 연료저장 시설이 심하게 파손돼 정상적인 전력복구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에 파괴된 두 화력발전소의 출력량은 총 480만㎾ 규모로 사실상 폐기결정이 내려진 후쿠시마 제1 원전(469.6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형 발전소들의 잇단 파손으로 인해 현재 도쿄전력이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은 총 3,500만㎾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도쿄전력이 전력을 공급하는 2,800만세대가 여름철에 사용하는 최대 수요 6,000만㎾는 물론 겨울철 최대 수요인 5,000만㎾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도쿄전력은 일단 운행을 중단하고 있는 소규모 화력발전소를 가동시켜 내달 안에 공급량을 4,000 ㎾까지 늘리고, 올 여름까지는 가스회사 등으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다시 4,700만㎾까지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대수요에는 여름철 피크 기준으로 1,000만㎾ 이상 부족한 수준이다. 지진 피해가 없었던 다른 지역의 전력회사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으려 해도 주파수 및 송전기술 등의 문제 때문에 수급 차이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여름과 한겨울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는 제한송전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전력 간부는 “재가동시키는 화력발전 설비에 대해서도 어차피 정기검사를 실시해야 하므로 지속적인 발전은 불가능하다”며 “올 겨울은 물론이고 내년 여름까지도 공급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제한송전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산업계와 경제 전반이 입게 되는 타격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제한송전으로 인해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적었던 수도권 경제활동이 타격을 입는 ‘2차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력부족 사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경기가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제한송전은 해당 지역의 관광, 쇼핑 등 소비시장을 빠르게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제한송전에 따른 철도운행 중단과 냉ㆍ난방 불안, 외출 자제 등이 대지진으로 악화된 소비심리를 한층 냉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齊藤太郞) 주임연구원도 “대지진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는 일시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력부족에 따른 수도권의 제한송전이 소비행동을 직접 제약하고 있다”며 “제한송전으로 인해 20∼30% 정도의 소비위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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