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8월 27일] 9988 다 없어지면…

중소기업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요즘 상황은 무척이나 안타깝다. 올 상반기만 해도 만나는 사장님들에게 “기다리면 좀 나아지겠죠”라며 위로를 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심각해서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직업상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올 상반기 중소기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원자재가와 환율의 상승이었다. 원자재가가 올라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지자 많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섰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KIKO라는 강펀치를 맞은 또 많은 중소기업들은 최후의 수단인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원자재가가 오른 만큼 납품단가를 올리는 연동제를 해달라는 것이었고 정부가 환율을 올려 망할 지경이 됐으니 다시 정부가 내려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따져보면 이해 당사자 간에 할 말이 많을 것은 당연하다. 정부 역시 중소기업의 요구를 100% 받아들이기 힘든 사정이 분명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논리가 맞더라도 사람이 먼저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주기는커녕 반대로 내리는 일이 다반사요, 그에 대해 입만 벙긋하면 납품처를 바꿔 아예 도산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스로 고환율 정책을 쓴 적이 없다고 의원들에게 강변하더라도 그게 아니라는 것은 그를 뺀 온 국민이 알고 있다. 환율 문제는 이미 다시 터졌다. KIKO로 살이 덴 중소기업이 새 KIKO로 갈아탔다가 이번에는 뼈가 녹기 시작했다. 원자재가 역시 ‘9월 대란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느닷없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입법예고로 뒤통수를 쳤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누구는 대통령이 궁궐에서 보고를 받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직접 점검을 해보면 될 일이다. 적어도 궁궐로 들어가기 전 당선인 시절에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중소기업인들이 건의한 내용은 이미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며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중소기업인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얘기했다. 6개월도 더 지난 이제껏 알고만 있나. 행하지는 않나. 이 자리에서의 건배사는 ‘9988을 위하여’였다. 이 나라 기업의 99%와 일자리의 88%가 다 없어진 뒤에는 누구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