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돌발변수 없이 정상궤도로 움직여준다면 더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낙관론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착시효과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ㆍ4분기 성장은 소수의 수출 대기업이 주도해 체감경기와는 괴리가 있다”고 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하락 같은 교역조건이 개선된 덕도 봤다. 실제로 체감경기는 되레 나빠지고 있다는 실물현장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온갖 처방을 쏟아냈음에도 부동산시장은 미동도 없다. 건설을 비롯한 해운과 조선 등 취약업종의 불황도 깊어만 간다. 따지고 보면 전분기 0.9%에서 이번에 1.1%로 개선되고 기나긴 0%대 성장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심리적 위안으로 삼을 수는 있을지언정 그 차이는 실제로 크지 않다.
속내를 들여다봐도 회복을 선언할 정도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소비와 함께 성장의 양대 축인 설비투자 부진(0.6%감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결국 재정을 더 풀어도 기업의 설비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듯한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대외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수출전선은 불안불안하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은 경질설에 휩쓸렸던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신임을 확인하고 힘을 실어줬다. 경제 살리기에 더욱 매진하라는 주문일 게다. 현 부총리는 “성과로 말하고 그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부총리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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