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 우려 시사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정하도록 최근 국회가 통과시킨 카드수수료법의 위험성을 공식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수수료법 문제가 국제 신평사가 정면으로 다룬 것은 처음이다.
피치는 국내 카드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비치는 동시에 이번 법이 카드사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카드사가 이를 만회하려 무리하다가 자칫 또 다른 형태의 카드대란을 불러올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피치는 8일 내놓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법으로 상처 입는 한국 카드사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수수료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지 못하게 됐다"며 "가맹점 수수료가 각각 지난 2010년과 2011년 카드사 매출의 50%와 47%에 달했기 때문에 수익성에 심대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카드사들의 개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용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치는 "카드사들이 2007년부터 영세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6차례나 인하(3.2%→1.8%)했지만 인하 압력은 지속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영세가맹점 분류 기준이 2007년 연 매출 '4,800만원 이하'에서 지난해 12월부터 '2억원 이하'로 돼 (수수료 인하 대상인) 영세 가맹점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과 같은 위험자산을 늘리려고 하거나 레버리지(부채비중)를 더 확대하면 신용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카드대란 재연 우려를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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