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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러시아 경제 '바닥 모를 추락'… "회생 돌파구는 산업 구조조정"

과도한 에너지산업 의존으로 경제 펀더멘털 취약<br>기업들 생산 급감등 위기에 금융기관 부실도 커져<br>정부, 국영기업 경영실태 조사·파산법 개정등 나서

경제가 어려워서 일까. 러시아의‘권력 실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10일(현지시간) 키슬로봇스크에서 지방 관리들과의 회의 도중 두통 때문인지 이마를 만지고 있다. 키슬로봇스크=이타르타스연합뉴스

그루지야 전쟁 발발 1주년인 지난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소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공산당 지지자들이 미국의 그루지야 입장 옹호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러시아에서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자, 백호주의자, 레닌주의자 등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모스크바=AFP연합뉴스



러시아 경제가 경기침체의 깊은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함께 신흥경제를 대표하는 브릭스(BRICs)에 속한 중국, 브라질, 인도 경제가 최근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원 부국으로 원자재 가격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의 특징을 감안하면,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않은 현 상황에서 러시아 경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는 에너지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의 특성을 보이는 러시아 경제의 취약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현재의 위기를 중장기 경제 성장을 위한 산업 구조조정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1990년대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 수 있다는 경고다. ◇악화되는 경제, 바닥 모를 추락=러시아 경제는 올 2ㆍ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0.9%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기록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1995년 이후 최악의 결과로, 2008년 3ㆍ4분기 6.0%, 같은 해 4ㆍ4분기 1.2%, 올 1ㆍ4분기 -9.8% 등으로 지속적인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 1ㆍ4분기 6.1%의 경제 성장률로 바닥을 찍은 후 2ㆍ4분기에 7.9%로 상승 반전했고, 인도 역시 올 1ㆍ4분기에 직전 분기와 같은 5.8%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신흥경제대국(BRICs)'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무기력한 모습이다. 실업률도 올 2월 9.5%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 6월 8.3%를 기록하는 등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표상 경기가 바닥을 친 것 같다며 자위하면서도 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8.5%에서 상향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만큼 러시아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정부 당국의 자신감 자체도 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러시아 경제에서 석유, 금속 등 원자재 산업 비중은 60%"라며 "이는 러시아 경제가 글로벌 경제불황의 타격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으며, 경기 회복도 다른 국가들이 나아진 뒤에나 가능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산업 생산 급감, 은행 부실 등 잠재 위험= 러시아 경제의 주력 중 하나인 철강을 비롯해 금속 분야 기업들은 최근 생산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올 5월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17.1% 급감하며 올 들어 최악을 기록했다. 이런 한계 상황에 봉착한 기업 중 일부는 정치권에 대한 로비 등을 통해 공적 자금을 수혈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시장에서 도태돼야 할 기업들을 소생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존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기업이 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도 러시아 경제의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은행의 피터 아벤 회장은 "내년 여름 무렵이면 은행의 부실 여신 비중이 현재 전체의 10% 수준에서 30%까지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글로벌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위기를 키웠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례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10.75%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하하는 등 올 들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지만 지난해만 해도 거꾸로 10.25%에서 13%까지 올렸었다. 이런 가운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검찰 등에 방만 경영을 일삼고 있는 국영 기업에 대한 경영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몸집만 큰 국영기업이 각종 비리와 허술한 경영으로 경제 성장에 짐만 되고 있다는 판단으로 이 참에 하자가 많은 기업을 손보겠다는 의지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대통령 수석경제 자문은 "위기 상황에선 사회 안정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이젠 점차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파산법 정비 등 일자리 보전 안간힘= 러시아 정부는 이와 함께 금융권에 대한 지원 강화, 파산법 개정 등 대대적인 법ㆍ제도적 인프라 정비 등에도 착수했다. 특히 파산법 개정은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기업 폐쇄를 강요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들이 포함됐다. 무분별한 기업파산을 막고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대규모 해직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러시아 정부는 올 하반기 중에 개정 파산법을 의회에 상정하고 연말까지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관측통들은 은행들의 부실대출 급증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되자 파산법 개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FT에 따르면 내년 이후 러시아 기업들은 자국 및 해외 은행에 1,300억 달러 가량의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드보르코비치 경제자문은 "개정 파산법은 법원마다 기준 및 절차를 통일시키고, 은행들의 기업 파산을 가능하면 자제토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는 "파산법이 개정되면 향후 초점은 기업들의 효과적인 금융 재건에 맞춰질 것"이라며 은행의 부실 여신 비중을 10~15%수준에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의 세르게이 알렉사센코 교수도 "정부는 이제 단순히 시장에 신용을 공급하는 식으로 경제위기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위기를 산업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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