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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1월 18일] 오바마, 한미FTA 서둘러야 할 이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여느 공화당 출신 대통령처럼 월가를 멀리했다. 미국 석유산업의 거점인 텍사스 출신으로 석유회사를 경영하기도 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월가의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스타일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는 월가 금융인을 '허공을 쫓는 무리'라고 혐오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레임덕에 접어든 지난 2006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출신의 헨리 폴슨을 재무부 장관에 발탁했다. 폴슨을 중용한 데는 경기후퇴 조짐을 보이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였지만 그가 탁월한 중국통이라는 배경도 낙점 요인이었다. 폴슨을 기용한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과 중국은 밀월이었다. 중국은 폴슨이 방중할 즈음이면 위안화를 적절히 절상해 미국을 만족시켰고 부시 행정부는 의회의 대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요구를 끝까지 뿌리치며 중국을 안심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견제는 유난스러웠다.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철강 제품에 반덤핑 예비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요란했던 탐색전에 비해 미국은 방중 본무대에서 건진 것이 별로 없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중국을 움직이게 할 지렛대를 상실하고 있다. 비단 중국이 위기 이후 미 최대 채권국으로 부상한 것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중국은 북한과 이란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이다.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중국 역할에 대한 기대 수위가 낮았지만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중국의 협력과 지원은 더 절실해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는 위안화 절상을 압박할 명분도 약해졌다. 물론 중국이 환율정책 변화를 시사하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손님에 대한 예우차원이지 의미 있는 환율절상 약속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 관리들은 위안화와 무역불균형은 별개의 문제라며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중국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기가 완전 회복될 때까지 산업보호에 나설 수밖에 없는 미국의 정책 한계와 약점을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18,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오바마의 행보,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 표명을 예의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향배는 양국의 문제를 넘어 장차 미ㆍ중 경제전쟁에서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지의 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무역에 대한 진전된 조치 없이는 중국을 설득하지도, 압박하지도 못한다. 게다가 중국은 부시 행정부 시절 한미 FTA를 체결한 배경에 미국의 대 중국 견제의도가 깔렸음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한미 FTA를 신속히 처리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집착해온 위안화 절상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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