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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미술 훈훈한 봄바람

국내외 경매서 수십억대 낙찰 10년 침체기 벗고 가치 재평가<br>공개 거래로 신뢰도 높아지고 중장년 전통문화 욕구도 한몫

지난 17일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고미술전문 경매회사 마이아트옥션의 제1회 경매 전경.


지난 23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록펠러플라자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18세기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백자청화운룡문호(白磁靑畵雲龍文壺)가 389만500달러(한화 약 43억6,700만원)에 낙찰됐다. 높이 57.7cm의 비교적 대작인 이 작품은 조선 초기 도자에서 용의 발톱이 3~4개이던 것이 조선의 자존의식이 높아지면서 황제를 상징하는 5개의 발톱으로 표현된 '오조용준(五爪龍樽)'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이에 앞서 17일 마이아트옥션 제1회 경매에서는 같은 종류인 발가락 5개짜리 백자청화운룡문호가 18억원에 낙찰됐다.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기록이다. 고미술 시장에 '봄'이 오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간 침체기를 보낸 고미술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그간 고미술 시장의 침체는 위조품 유통과 가격 감정의 문제로 인한 낮은 시장 신뢰도가 주범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고미술협회는 '가짜와의 전쟁'을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과 암거래 타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시장 불신이 고미술 침체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커지자 최근 3년간 공개거래를 진행하는 경매회사가 속속 새로 생겨났다. 기존 서울옥션과 K옥션의 고미술품 경매 외에 최근 2~3년 사이 고미술품 전문을 내세운 경매회사는 아이옥션, 옥션단, AT옥션, 마이아트옥션 등 6개가 넘는다. 신생 경매회사지만 고미술전문가를 내세운 장점에 힘입어 낙찰률도 높은 편이다. 이번 달 열린 봄경매에서 마이아트옥션은 78.5%, 아이옥션은 78.8%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고미술 중심의 경매회사 증가는 고미술 유통 관행에 대한 변화 요구에 따른 것으로 시장이 고미술품의 공개 거래와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것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으로는 '안전자산'이라는 투자적 관점 외에도 우리 문화에 대한 중장년층의 향수와 욕구도 한몫했다. 견지동 동산방화랑이 지난 15일 개막한 조선후기회화전 '옛 그림에의 향수'에는 평일 평균 500명 이상, 주말 평균 700명의 관람객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간송미술관이 봄ㆍ가을 여는 정기회화전,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학고재화랑 등의 기획전도 인기다.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기대치나 접근 욕구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획전시를 통해 다양한 고미술품이 선보인다면 대중의 관심을 높일 수 있고 시장 저평가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미술 시장이 안정궤도에 진입하기는 아직 이르다. 서울옥션에서의 고미술품 경매 낙찰률은 70%대, K옥션은 65% 안팎을 오가는 수준이다. 또한 고미술 자체에 대한 애호보다는 고미술품의 안전자산 가치에만 주목해 고미술이 근현대미술품의 대체재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쓴 국내 고미술품 최고가가 18억원인데 반해 한국 고미술품의 세계 최고가는 1996년 뉴욕크리스티에서 거래된 백자철화운룡문호가 841만달러(당시 약 70억원)였다는 점도 고미술품에 대한 우리의 낮은 인식을 보여준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물량 공급이 가능한 지도 고미술 경매의 승부처"라면서 "경매 회사들은 도자기, 서화, 서예, 목가구 등 전문분야를 강조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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