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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블루오션의 쾌속선 싱가포르호

소형 쾌속선 한척이 푸른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상상만해도 시원한 이 모습은 지난 2년간 이곳에서 살면서 내가 느낀 싱가포르를 한마디로 압축한 그림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항공모함이라면 서울 크기만한 땅덩어리에 430만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누가 보아도 소형선박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배는 단순한 소형선박이 아니라 첨단장비로 무장한 최신예 쾌속선이다. 쾌속선 싱가포르호에 장착된 엔진은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경쟁력이다. 각종 기구가 발표하는 정부의 투명성과 효율성, 기업경영 투명도, 시장개방도 등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항상 1~2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호 쾌속선이 유난히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싱가포르호가 달리고 있는 바다가 다른 배들이 달리는 곳과 다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선박들이 레드오션에서 항해하고 있을 때 싱가포르호는 가장 먼저 블루오션으로 들어와 달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최근 들어 익숙해진 블루오션 전략이 싱가포르에서는 별로 낯설지 않다. 블루오션 전략을 국가차원에서 발전모델로 채택한 것이 싱가포르가 최초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싱가포르는 국가성장 엔진을 제조와 물류에서 관광과 생명공학 허브로 바꿨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아시아의 물류와 금융 허브화를 성장동력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저비용 국가와 기술선진국이라는 가위의 두 날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 하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찾아낸 것이 관광, 생명공학, 의료 및 교육허브 전략이다. 첨단장비로 무장한 싱가포르호는 최근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자마자 이제 소형 쾌속선의 장점인 신속한 방향전환을 통해 재빠르게 푸른 바다로 뛰어들어 전력을 다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크기로 치면 중형 선박인 한국호에도 최신 엔진과 첨단장비가 즐비해 있다. 디지털 환경에 대비한 세계 최고수준의 IT 인프라 기반, 40여년 만에 이룩한 압축성장의 경험, 정치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성취한 경험 등 우리의 첨단장비 목록은 열거하려면 너무나 많다. 게다가 근래 우리에게는 한류라는 훈훈한 바람까지 불어주고 있다. 쾌속선 싱가포르호를 바라보며 최신예 중형 선박인 한국호가 한류의 훈풍을 타고 푸른 바다를 마음껏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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