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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현장 인사파괴 태풍
입력2002-12-09 00:00:00
수정
2002.12.09 00:00:00
"능력증시 경쟁력강화"에 "정서 위배 역효과" 반론도생산현장에 인사 파괴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500여명이 희망퇴직을 한 T화섬업체 이모(43)부장의 10개월 전 직급은 과장이다.
T사의 승진 연한이 동종 화섬업체에 비해 긴 것으로 소문난 것을 감안하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었다. 이 회사의 인사 체계상 과장에서 차장으로의 승진 연한은 5년, 차장에서 부장으로의 승진연한도 5년이다.
하지만 그는 구조조정이 1차 완료되면서 지난 3월 차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최근 또 다시 9개월 만에 부장으로 승진, 울산공장의 핵심 부서장으로 부임했다. 10개월 만에 과장에서 부장으로 두 단계나 널뛰기를 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 경영진 체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 인사"며 "새 경영진이 능력 위주의 근무 분위기를 진작시키고 지속적인 경영 혁신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과 분사기업의 경우 부하와 상사의 위치가 뒤바뀌는 직급 역전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 S사에서 분사한 석유화학 설비 및 공정 전문관리업체 M사 노모(43)이사. 그는 지난해 1월 분사하기 이전 대리였다.
하지만 그는 같은 사무실에 근무했던 과장 3명 등 동료 40여명과 분사하면서 이사로 초고속 승진, 부서장을 맡았다. 반면 상사였던 과장 3명은 노씨를 보좌하는 직책을 부여 받았다.
노씨는 설비공정관련 업무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물론 과거 상관이었던 과장들에 대해 업무 평점을 매기고 승진 대상자를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명실상부한 임원이다.
이 회사 L사장은 "분사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능력 위주로 인력이 편재되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들다"며 "매출과 직결된 현장 실무에 밝은 엔지니어를 전진 배치시켰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파격 인사에 대한 충격도 적지 않다. 얼마 전까지 동료 또는 부하였던 직원이 하루 아침에 상급자로 변신해 오히려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직원들이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졸지에 직급을 역전 당한 당사자들이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퇴직을 고민하는 동료들도 있다"며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우리의 정서에 너무 배치되는 파격 인사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조직 구성원간의 공감대가 형성만 되면 나이와 입사 연차를 초월한 능력 위주의 인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선의의 내부 경쟁을 촉발시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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