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대기업 너무 옥죄면 해외로 갈까 걱정"

■ 경제민주화에 되레 불안한 중소·중견기업 사장들<br>"일감마저 잃는것 아니냐" 우려"<br>법 강화한다고 갑·을 위치 달라지지 않는데…<br>"하도급법 실효 의문… 균형 잡힌 상생법 주문


"하도급법으로 대금지급이나 결제수단을 법제화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면 대기업이 오히려 우리 같은 하청업체들을 기피하게 될 겁니다. 너무 옥죄기만 하면 대기업은 해외 기업을 발굴해 물품을 조달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법으로 너무 강력하게 제재만 하려 들지 말고 동반성장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나 조정으로 균형 잡힌 상생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D전자업체 대표)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커질수록 을(乙)인 중소기업은 되레 설 땅이 없습니다. 갑(甲)인 대기업이 원가절감을 위해 우리와 거래를 끊고 중국ㆍ베트남 제품을 갖다 쓰려 하겠지요. 경제민주화를 기대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법이 강화될수록 불안하고 이를 좋아하지 않는 중소기업들도 꽤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C자동차부품업체 대표)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하도급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하청업체인 중소·중견기업들의 웃음꽃이 만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업체들은 환영은커녕 경계의 목소리부터 쏟아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 협력사인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규제강화의 역효과로 있던 일감마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협력업체는 자체 판로확보가 어려워 거의 모든 매출을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과의 거래가 끊기거나 납품이 줄어들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법이 강화된다고 갑과 을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의 불공정관행은 고쳐야겠지만 한편으로는 하청업체들이 도움을 많이 받고 같이 성장한 측면도 있으니 현실을 고려해 갑과 을 모두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개정된 하도급법은 대금조정이 필요한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해당 하청업체의 신청을 받아 원청업체와 조정, 협의할 수 있고 결렬됐을 때는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조정하도록 했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 자율적인 단가조정에 실패하면 협동조합들과 2차 협상을 벌여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들이 단가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또한 원청업체의 부당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발주취소, 반품행위 등에 대해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납품단가가 상승하면 대기업들은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아웃소싱에 나설 확률이 커지게 됐다. 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원청업체의 경우 시장상황에 따라 자금동원력ㆍ발주물량 등의 변수가 많아 협력업체들과 잦은 갈등으로 부담이 늘게 되면 아예 국내 업체들을 외면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도 최근 정치권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달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를 위축시키거나 대기업의 창조적 경제활동을 막는 장애물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저해하는 시장불균형ㆍ제도불합리ㆍ거래불공정 등 경제3불을 없애고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누구나 땀 흘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경제생태계를 복원하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5단체장 간 간담회에 참석해 "중소기업계가 바라는 것은 거래불공정ㆍ시장불균형ㆍ제도불합리 등 3불 해소이지 대기업 때리기는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중소업계는 하도급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나섰다. 대기업에 납품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은 넘쳐나는데 물품을 공급 받는 대기업들의 숫자가 적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의 소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대응책도 이미 마련해뒀고 안팎으로 감시가 심해 하도급법이 부담된다고 해서 당장 중소기업들과 납품거래를 끊고 해외 기업들과 계약을 맺을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비상장 계열사나 중견기업은 남의 시선을 피해 국내 중소기업을 대체할 외국 기업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외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동반진출 규모를 줄일 수도 있는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