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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종훈 테마주' 현상의 이중성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18~19일 주식시장에는 이른바 '김종훈 테마주'가 형성되며 주가가 들썩였다.

인터넷 주식관련 카페들은 이틀 내내 김 내정자의 친인척들에 대한 '신상 털기'로 북새통을 이뤘고 어떻게든 알카텔루슨트와 엮어 테마주에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난무했다.

주가가 가장 크게 움직인 종목은 김 내정자와 인맥으로 연결된 회사들이다. 김 내정자의 손윗 처남으로 알려진 정 크리스토퍼영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인 키스톤글로벌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 내정자가 몸담고 있던 벨연구소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종희 회장의 모다정보통신, 회장이 김 내정자와 대학원 동문이라는 휘닉스컴의 주가도 급등했다. 최근 이들 회사가 발표한 부진한 실적과 불투명한 미래전망은 주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김종훈 테마주를 바라보는 뒷맛은 씁쓸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불과 두 달 전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 붕괴에 질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정부가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으로 높은 도덕성을 꼽기도 했다.

그렇게 정의감에 불탄 국민들은 온데간데없고 새로운 권력자의 인맥 신상이나 털고 어떻게든 끈을 연결해 자신의 잇속을 채워보려는 사람들만 이렇게 득시글대는 걸까.



김종훈 테마주 현상은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적 테마주'가 극성인 모습을 보면 천박함의 밑바닥을 그대로 내보인 셈이다. 겉으로는 부정한 권력자들을 비난하면서 속으로는 그 고리를 이용해 콩고물을 챙기려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사실 투자자들만 타박하는 것은 맞지 않다. 부정을 반복해온 권력자들의 행태가 원인을 제공한 탓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도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원한다면 권력에 대한 도덕성 기준을 높이고 스스로도 실천해야 한다.

기자는 앞으로 이런 제목의 기사를 쓰고 싶다. 'OOO 장관 내정자 발표 후 '인맥주'급락'.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공익성 때문에 친인척 회사는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 주가가 떨어졌다는 그런 기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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