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 매도(네고) 우위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경계 심리가 짙어지며 1390원을 넘어섰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원 오른 1391.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389.1원에서 출발해 오전 중 1386.5원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상승 전환하며 장중 1392.3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위원은 “CPI 경계 외에는 뚜렷한 재료가 없었다”며 “장중 네고 물량이 우위였음에도 원화 약세가 나타난 것은 대체로 아시아 통화 흐름에 연동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날 밤 예정된 미국 CPI 발표에 쏠려 있다. 전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시장 예상과 달리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물가 압력을 완화하는 신호를 보냈다.
국내 증시 강세에도 원화 가치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히려 증시 랠리가 환율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억 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날보다 0.16% 오른 97.891을 기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올해만 보더라도 코스피지수가 4월 9일 2293에서 현재 3344까지 올랐지만, 환율은 같은 기간 1480원에서 1355원으로 내려간 뒤 최근 139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는 달러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가 과거보다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