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존폐 논란에 대해 ‘보완 입법 없는 폐지’ 입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출총제 완화-신규 순환출자 금지’ 추진 입장을 밝힌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7일 기자와 만나 “출총제는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총출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순환출자 금지 등에 대해서는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보완입법을 마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부처간 의견조율이 되지도 않았으면 아예 (공정거래위측의) 대체입법안도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강 의장은 “다만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를 통해 순환출자지분을 정리한다면 부담이 다소 덜어질 수는 있겠지만 이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제창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도 출총제 폐지에 따른 보완입법으로 순환출자 금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라며 “출총제는 조건 없이 폐지돼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며 당 지도부에서도 이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8일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과 면담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출총제의 조건 없는 폐지에 대한 당의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한 뒤 당내에서도 의견수렴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학용 열린우리당 제3정조 부위원장도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제만 갖춰진다면 출총제가 보완입법 없이 폐지되더라도 명분이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가 어떻게 해서든 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입법화하려고 하는데 한나라당도 반대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상당수인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여당은 다만 ‘보완입법 없는 출총제 폐지’를 당론으로 공식화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신 당정협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정위를 압박해가면서 실질적인 의견반영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를 당론으로 공식화하면 내부 갈등이 돌출될 수 있다”며 “공정위쪽에 여당의 반대 분위기를 전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여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공정위로서도 입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일단 9일 관계 부처간 의견조율을 한 후 당정간 협의 계획을 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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